
투표지분류기 사용 내역. 2014~2022년 사이. /그래픽 = 김종연 기자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선거 때마다 사용되는 투표지분류기. 5년 전부터 이 투표지분류기에 대한 의혹 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우려는 전자기기 특성상 오류나 해킹 가능성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우려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까지 보안 취약으로 논란이 됐던 운영체제를 투표지분류기에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장 등 위탁선거를 제외하더라도 무려 7번의 공직선거가 이 상태로 치러졌다.
4일 ‘더퍼블릭’이 조달청 나라장터의 과거 입찰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4년 6회 지방선거부터 8회 지방선거까지 총 7번의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2014년형, 2018년(2018년부터 사용)형 등의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했다.
투표지분류기는 크게 노트북과 분류기, 프린터기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된다. 투표지분류기는 노트북에 분류기 조작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뒤 명령을 전달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투표지분류기는 2002년과 2014년, 2018년, 2024년형으로 각 4가지 버전이 있다. 이 투표지분류기는 운영체제도 제작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2018년에 제작된 투표지분류기는 마이크로소프트社의 제품인 윈도우10에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사용했다. 그런데, 2014년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윈도우 8.1 버전을 최근까지도 썼던 것. 2002년 최초 도입 이후 2014년 지방선거까지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2002년형은 윈도우XP home에서만 설치·사용이 가능했다.

투표지분류기 형식별 윈도우 운영체제. /그래픽 = 김종연 기자
2014년형 투표지분류기 제작이 이뤄진 이후 8번의 선거를 치를 동안 윈도우 버전은 3차례나 업그레이드 돼 출시됐다. 버전별 업데이트는 수시로 이뤄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9년 10월 윈도우 7을 출시했다가 2012년 10월에 윈도우 8을 발표했다. 이어 1년 만인 2013년 10월 윈도우 8.1을 다시 내놨다. 그리고 약 2년 뒤인 2015년 7월에는 윈도우 10이 공식 발매됐다. 버그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6년이 흘러 2021년 10월 윈도우 11이 출시됐다.
윈도우 8.1은 인터넷브라우저인 인터넷익스플로어(Internet Explorer)의 엑티브엑스(ActiveX) 호환성, 네트워크 장치 드라이버 충돌, 작업표시줄 멈춤 등 각종 버그가 발생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2015년 7월 윈도우 운영체제용 긴급 보안 패치를 배포하기도 했는데,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 7, 윈도우 8, 윈도우 8.1, 윈도우 10(윈도우 10은 공식발매 직전)에서 특수하게 제작된 폰트를 배포하는 웹사이트나 문서를 여는 순간 컴퓨터를 장악당할 수 있는 문제점이 숨어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당시 “이 문제점이 일반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정보는 아직 없다”라고 밝히면서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문제점을 미리 해결하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런 부분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패치 업데이트를 수시로 공급한 바 있다.

2014년형 투표지분류기의 운영체제는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다. /그래픽 = 김종연 기자
이상한 점은 투표지분류기의 경우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생산 연도에 맞춰 그대로 사용했다는 부분이다. 보통은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하고, 소프트웨어도 해당 OS에 맞게 버전을 높이는데, 선관위는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다만, 나라장터 공고에는 선관위는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참 뒤인 연말에서야 수억 원을 들여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해당 공고에 과업지시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2015년과 2017년에도 유지보수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윈도우 OS를 업데이트했다"라고 밝혔다.
한 번 제작하면 여러 차례 사용하는 기계인 만큼 수시로 업데이트 또는 업그레이드가 되는 방식을 택했어야 했는데, 선관위는 입찰에 이런 내용은 담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특성 때문에 수의계약에 의한 추가 용역을 발주했다.
운용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도 호환되지 않는 구조다. 해당 펌웨어를 제공해주는 방식 등으로 장기간 사용을 할 수 있어야 된다.
선관위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무선 랜카드나 블루투스 장치가 제거된 상태로 납품받았기 때문에 비인가 USB를 통한 감염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2023년 10월 보안점검 결과 투표지분류기의 USB 포트를 통해 비인가 저장장치로 해킹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 측은 "기존 모델의 운용프로그램이 윈도우 디펜더와 호환이 돼야 되기 때문에 업데이트 했다"라고 말했다.
2013년도 입찰공고 기준 2002년형은 SCSI(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방식과 USB방식으로 선관위는 총 1862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21대 총선 기준 투표지분류기는 2014년형 886대, 2018년형 1165대가 사용됐다. 당초 용역에서 주문했던 2014년 형은 6년 만에 492대가 사용되지 않았다. 2018년형 투표지분류기는 2017년에 제작을 입찰했고, 수량은 1177대였다.
2014년형 투표지분류기는 2013년 6월에 입찰공고를 했으며, 단일 응찰로 한 차례 유찰됐다가 ㈜미루시스템즈와 ㈜한틀시스템이 경쟁했다. 추정금액은 113억 9981만 원. ㈜미루시스템즈가 기술평가(72.2점) 등 종합 92.2점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한틀시스템(기술 68.8, 가격 19.62, 종합 88.42점)은 차순위 협상대상자였다.
우선협상대상자는 1차분으로 2013년 11월 15일까지 195대를, 이어 2014년 2월 28일까지 1183대 등 총 1378대를 납품하는 조건이었다. 또한, 2002년형 973대, 2004년형 405대의 투표지분류기와 제어용PC(2006년식 929대, 2008년식 449대)를 전량 회수해 검사와 부품활용을 하도록 했다.

/그래픽 = 더퍼블릭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 중 ‘사용 가능 장비’는 예비용으로 확보하고, ‘폐기 대상 장비’의 재사용 가능한 주요 부품은 A/S를 위한 예비부품으로 적출 후 폐기”를 조건으로 걸었다.
그런데 선관위는 기존 투표지분류기의 기능보다 특별히 향상된 수준을 제안요청사항으로 두지 않았다. 또, 윈도우 OS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맞춤형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것에 대한 조건도 걸지 않았다.
제안요청서에서 의심스런 부분은 투표지분류기에 사용될 운영체제를 ‘윈도우 XP 및 윈도우 7 등’이라고 표기한 부분이다. 입찰공고 당시 출시된 윈도우는 8.1 버전이었음에도 낮은 버전을 기준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선관위는 낮은 운영체제를 제작 요건으로 내건 이유는 추가 업그레이드 이슈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의 추가 업그레이드 등을 조건으로 걸지 않은 부분도 업체에 유리한 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관위 측은 “2014년형 분류기 입찰할 때 윈도우 8.1 버전이 있었으나, 2014년에 분류기를 전면 교체한 게 아니고 일부만 교체하면서 기존(버전의) 분류기 운용 프로그램(소프트웨어)과 보안프로그램의 호환을 고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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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분류기 사용 내역. 2014~2022년 사이. /그래픽 = 김종연 기자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선거 때마다 사용되는 투표지분류기. 5년 전부터 이 투표지분류기에 대한 의혹 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우려는 전자기기 특성상 오류나 해킹 가능성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우려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까지 보안 취약으로 논란이 됐던 운영체제를 투표지분류기에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장 등 위탁선거를 제외하더라도 무려 7번의 공직선거가 이 상태로 치러졌다.
4일 ‘더퍼블릭’이 조달청 나라장터의 과거 입찰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4년 6회 지방선거부터 8회 지방선거까지 총 7번의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2014년형, 2018년(2018년부터 사용)형 등의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했다.
투표지분류기는 크게 노트북과 분류기, 프린터기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된다. 투표지분류기는 노트북에 분류기 조작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뒤 명령을 전달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투표지분류기는 2002년과 2014년, 2018년, 2024년형으로 각 4가지 버전이 있다. 이 투표지분류기는 운영체제도 제작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2018년에 제작된 투표지분류기는 마이크로소프트社의 제품인 윈도우10에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사용했다. 그런데, 2014년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윈도우 8.1 버전을 최근까지도 썼던 것. 2002년 최초 도입 이후 2014년 지방선거까지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2002년형은 윈도우XP home에서만 설치·사용이 가능했다.
투표지분류기 형식별 윈도우 운영체제. /그래픽 = 김종연 기자
2014년형 투표지분류기 제작이 이뤄진 이후 8번의 선거를 치를 동안 윈도우 버전은 3차례나 업그레이드 돼 출시됐다. 버전별 업데이트는 수시로 이뤄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9년 10월 윈도우 7을 출시했다가 2012년 10월에 윈도우 8을 발표했다. 이어 1년 만인 2013년 10월 윈도우 8.1을 다시 내놨다. 그리고 약 2년 뒤인 2015년 7월에는 윈도우 10이 공식 발매됐다. 버그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6년이 흘러 2021년 10월 윈도우 11이 출시됐다.
윈도우 8.1은 인터넷브라우저인 인터넷익스플로어(Internet Explorer)의 엑티브엑스(ActiveX) 호환성, 네트워크 장치 드라이버 충돌, 작업표시줄 멈춤 등 각종 버그가 발생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2015년 7월 윈도우 운영체제용 긴급 보안 패치를 배포하기도 했는데,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 7, 윈도우 8, 윈도우 8.1, 윈도우 10(윈도우 10은 공식발매 직전)에서 특수하게 제작된 폰트를 배포하는 웹사이트나 문서를 여는 순간 컴퓨터를 장악당할 수 있는 문제점이 숨어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당시 “이 문제점이 일반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정보는 아직 없다”라고 밝히면서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문제점을 미리 해결하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런 부분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패치 업데이트를 수시로 공급한 바 있다.
2014년형 투표지분류기의 운영체제는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다. /그래픽 = 김종연 기자
이상한 점은 투표지분류기의 경우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생산 연도에 맞춰 그대로 사용했다는 부분이다. 보통은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하고, 소프트웨어도 해당 OS에 맞게 버전을 높이는데, 선관위는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다만, 나라장터 공고에는 선관위는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참 뒤인 연말에서야 수억 원을 들여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해당 공고에 과업지시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2015년과 2017년에도 유지보수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윈도우 OS를 업데이트했다"라고 밝혔다.
한 번 제작하면 여러 차례 사용하는 기계인 만큼 수시로 업데이트 또는 업그레이드가 되는 방식을 택했어야 했는데, 선관위는 입찰에 이런 내용은 담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특성 때문에 수의계약에 의한 추가 용역을 발주했다.
운용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도 호환되지 않는 구조다. 해당 펌웨어를 제공해주는 방식 등으로 장기간 사용을 할 수 있어야 된다.
선관위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무선 랜카드나 블루투스 장치가 제거된 상태로 납품받았기 때문에 비인가 USB를 통한 감염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2023년 10월 보안점검 결과 투표지분류기의 USB 포트를 통해 비인가 저장장치로 해킹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 측은 "기존 모델의 운용프로그램이 윈도우 디펜더와 호환이 돼야 되기 때문에 업데이트 했다"라고 말했다.
2013년도 입찰공고 기준 2002년형은 SCSI(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방식과 USB방식으로 선관위는 총 1862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21대 총선 기준 투표지분류기는 2014년형 886대, 2018년형 1165대가 사용됐다. 당초 용역에서 주문했던 2014년 형은 6년 만에 492대가 사용되지 않았다. 2018년형 투표지분류기는 2017년에 제작을 입찰했고, 수량은 1177대였다.
2014년형 투표지분류기는 2013년 6월에 입찰공고를 했으며, 단일 응찰로 한 차례 유찰됐다가 ㈜미루시스템즈와 ㈜한틀시스템이 경쟁했다. 추정금액은 113억 9981만 원. ㈜미루시스템즈가 기술평가(72.2점) 등 종합 92.2점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한틀시스템(기술 68.8, 가격 19.62, 종합 88.42점)은 차순위 협상대상자였다.
우선협상대상자는 1차분으로 2013년 11월 15일까지 195대를, 이어 2014년 2월 28일까지 1183대 등 총 1378대를 납품하는 조건이었다. 또한, 2002년형 973대, 2004년형 405대의 투표지분류기와 제어용PC(2006년식 929대, 2008년식 449대)를 전량 회수해 검사와 부품활용을 하도록 했다.
/그래픽 = 더퍼블릭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 중 ‘사용 가능 장비’는 예비용으로 확보하고, ‘폐기 대상 장비’의 재사용 가능한 주요 부품은 A/S를 위한 예비부품으로 적출 후 폐기”를 조건으로 걸었다.
그런데 선관위는 기존 투표지분류기의 기능보다 특별히 향상된 수준을 제안요청사항으로 두지 않았다. 또, 윈도우 OS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맞춤형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것에 대한 조건도 걸지 않았다.
제안요청서에서 의심스런 부분은 투표지분류기에 사용될 운영체제를 ‘윈도우 XP 및 윈도우 7 등’이라고 표기한 부분이다. 입찰공고 당시 출시된 윈도우는 8.1 버전이었음에도 낮은 버전을 기준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선관위는 낮은 운영체제를 제작 요건으로 내건 이유는 추가 업그레이드 이슈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의 추가 업그레이드 등을 조건으로 걸지 않은 부분도 업체에 유리한 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관위 측은 “2014년형 분류기 입찰할 때 윈도우 8.1 버전이 있었으나, 2014년에 분류기를 전면 교체한 게 아니고 일부만 교체하면서 기존(버전의) 분류기 운용 프로그램(소프트웨어)과 보안프로그램의 호환을 고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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