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투기 척결' 진짜인 줄 알더라 … 일타강사 강신철 재가, 표리부동 극치

오창균의 정치 기상대


부동산 투기 때리고 철거민 특공 강신철 임명 재가

李대통령 언행불일치에 국민들은 오늘도 어리둥절

주적(主敵) 선 그은 장관 눈에 DMZ 폭발 오죽할까

강신철 찬성 30.9%, 반대 58.1% … 또 거스른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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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민 특공 의혹에 휩싸인 강신철 국방장관 후보자가 3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정치는 결국 말로 쌓아 올리는 신뢰의 건축물이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실천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웅장한 언어로 지어 올려도 구조물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공언(公言)이 앞서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을 때, 혹은 공언과 행동이 정반대 방향을 가리킬 때, 건축물은 겉모습만 번듯할 뿐 속은 비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언행을 들여다보면 물음표가 끊이지 않는다. 입에서 나온 말과 행동이 달라 표리부동(表裏不同)이 절로 떠오른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순방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엑스(X)에 정부 주거안정플랜 소개 글을 공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강남불패, 부동산 투기 공화국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 앞서 정부는 공공분양·임대 등 공적주택을 2030년까지 총 119만 호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도 "부동산 투기 공화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일가족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과의 결별을 다짐하자마자 실전 투자 일타강사로 불리는 인사를 정식 등용한 셈이다.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 모순이다.


의혹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강신철 장관은 2008년 육군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근무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 구로구 천왕동의 한 자택으로 주소를 옮겼다. 제주도에 거주하던 부친도 같은 날 같은 주소로 전입했다. 사흘 만에 세대를 분리하더니, 보상계획 고시 20일 만에 철거민 특별공급 자격을 얻어 서초구의 22억원대 신축 아파트를 손에 넣었다. 형과 고모 등 일가가 챙긴 장부상 시세차익만 32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졌다. 


이른바 일가족 철거민 특공 위장전입 논란이다. 강 장관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선은 곱지 않았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본인, 아버지, 형, 고모가 모두 특별 분양으로 딱지를 4개나 받았는데 이건 좀 쪽팔리는 일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여기에 재산이 7,000만원에 불과한 아들이 이모 부부에게 7억원을 빌려 분당의 재건축 예정 상가를 매입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러자 강 장관은 "아들의 경제생활에 일일이 간섭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아들 하나 간수 못 하는데 어떻게 50만 대군을 지휘한다는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강 장관에게는 '강신철거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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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당장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질 강신철 장관의 대북관(對北觀)도 문제가 됐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강 장관은 청문회에서 끝내 북한을 주적(主敵)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안보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단순한 질문 앞에 한없이 작아진 국방 장관이다. 가장 기초적인 명제조차 제 입으로 밝히지 못한 강 장관이 50만 대군을 어떻게 지휘할지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강 장관 임명이 재가되기 하루 전인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우리 군(軍)의 이완된 안보 태세가 눈으로 확인되는 사고가 터졌다. 육군 25사단 소속 장병들이 수색로 개척 작전을 벌이던 중 지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수색대대장이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헬기로 후송된 것이다. 지뢰 방호장비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입은 중상이다. MDL 이남 DMZ에서 중상자가 발생한 것은 2015년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지만 군 당국은 "폭발 장소는 북한이 지뢰를 매설했다고 추정되는 지역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설명만 반복했다. 사고 지점이 군사분계선 남쪽인지 북쪽인지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다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에 전술도로를 깔고 지뢰를 매설하는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벌여왔다. 인근에서 떠내려온 지뢰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재명 정부는 주적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인사(人事)는 결국 임명권자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앉히는가를 보면, 그 정부가 어떤 원칙으로 삼고 무엇을 눈감아 주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재명 대통령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의 조합은 우연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절묘하다. 부동산 투기를 그토록 비판해온 이 대통령이 철거민 특공 의혹의 주인공인 강 장관을 품에 안았다. 묘하게 무늬가 겹친다. 내세우는 말과 실제로 하는 행동 사이에서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틈이 보인다.


민심이 요동친다.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마이크 의뢰로 실시한 조사(무선 ARS 전화조사, 무선 RDD 100%, 응답률 2.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강신철 국방부 장관 임명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30.9%에 그쳤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58.1%로 두 배 가까이 앞섰다. 나라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시기에 논란의 인사를 국방 장관으로 앉힌다는 선언, 국민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안보란 표(票)가 아니라 신뢰와 원칙으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그 당연한 이치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부동산 투기 앞에서 드러난 표리부동은 안보 위기 속 자가당착(自家撞着)으로 옮겨붙었고,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쓴 임명 강행으로 이어졌다. 임명권자와 피임명자가 서로의 흠결을 감추고 감싸주는 조합이 사실상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오창균 선임기자 crack007@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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