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에 따른 개편은 당연, 그러나 이를 정치적 숙청과 조직 장악 기회로 삼아선 안 돼

스포츠의 세계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常事)다. 4년을 땀 흘려 준비한 무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가장 가슴이 찢어지고 참담한 이들은 다름 아닌 그라운드에서 온몸을 던진 선수들과 현장 스태프들이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 앞에서 축구대표팀 역시 깊은 아쉬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터다. 축구는 철저히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인 만큼, 이번 패배에 따른 코칭스태프 개편과 냉정한 전술적 평가, 인적 쇄신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축구계가 자성을 해서 협회를 혁신을 하든, 감독을 교체하든, 축구협회가 알아서 할 일이다. 홍명보 감독이 전술을 잘 못 짜고 선수들이 컨디션이 안좋아서 탈락을 했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패배의 아픔을 보듬고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국가 원수가 도리어 앞장서서 '낙인찍기'와 '화풀이'성 비난을 퍼붓는 모양새다. 비판을 빌미로 축구협회를 정치권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파장이 커지는 이유다. 특히 대통령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직접 겨냥해 쏟아낸 날 선 발언에 대해, 상당수 국민과 축구계는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눈과 귀를 의심했다"라며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축구대표팀의 탈락을 두고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했다", "예상 밖 결과에 황당함을 느낀다"며 축구협회와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 갈무리
일국의 대통령이 국가대표팀의 패배를 기다렸다는 듯 특정 대상을 겨냥한 감정적 비난의 도구로 삼는 모습은 결코 진중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가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누구 하나를 붙잡고 욕을 하며 화풀이를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는 것도 좋지만, 지위에 맞고 격에 맞는 발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축구계 안팎의 공세는 전조가 있었다. 박문성 류의 좌편향 해설자들을 비롯해 일정한 정치적 색채를 띤 세력들은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홍명보 감독을 겨냥해 극단적인 '악마화'를 시도해 왔다. 이들은 축구협회를 거의 해체 수준으로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했고, 대표팀이 흔들리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마저 보였다. 결국 이번 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거 봐라"라며 마녀사냥의 포문을 연 것이다. 심지어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기다렸다는 듯이 축구협회 비난에 숟가락을 올렸다.

남아공과의 경기를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 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FA 홈페이지 캡처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보며 최근 정부가 특정 커피 브랜드(스타벅스)의 이용 대상을 두고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논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국민들의 일상적인 소비 문화나 보편적인 정서마저 편을 가르고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했던 과거의 전략이, 이번에는 축구대표팀의 패배라는 멍석 위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실수나 노력의 과정에서 발생한 의도치 않은 패배를 위로하진 못할망정, 이를 정치적 국면 전환이나 축구협회 장악의 제물로 삼으려는 얄팍한 계산은 도를 넘어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갈등 유발과 '체육계 길들이기' 전략을 참모들의 뒤에 숨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손과 입(SNS)을 통해 날 것 그대로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발언은 "32강 진출에 실패한 감독을 선발한 과정부터 발본색원하고 조직을 쇄신하라"는 서슬 퍼런 압력으로 들린다. 오늘 이 메시지를 접한 많은 국민이 귀를 의심한 이유다. 과연 21세기 정상적인 국가에서 대통령이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직접 자행할 만한 수위의 언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성적에 대한 평가와 행정 개혁은 축구계 내부와 팬들이 주도해야 할 자율적 영역이다. 이 틈을 타 정치 권력이 개입하고, 특정 세력이 축구협회를 장악하려는 불순한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FIFA는 정치의 축구 개입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며, 심각할 경우 월드컵 자격 박탈이라는 초강수 징계까지 불사한다. 정치권의 섣부른 길들이기가 자칫 한국 축구 전체를 고립시키는 자멸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과연 국민들이 오늘 대통령의 발언을 보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개혁 의지'로 읽을까, 아니면 실정을 감추고 축구 권력을 잡기 위한 '시선 돌리기용 화풀이'로 읽을까.
국민은 생각보다 영리하며, 권력자가 대중의 감정을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려는 수수를 모두 지켜보고 있다. 품격과 포용을 잃어버린 채 국민의 아픔과 일상, 스포츠마저 정치에 이용하려는 대통령의 거친 언어 앞에 국민의 마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할 뿐이다.
결국 이러한 마녀사냥식 비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들이다. 앞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와 비난이 무서워서, 어디 주눅 들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나 하겠는가.
인세영 gold@f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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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세계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常事)다. 4년을 땀 흘려 준비한 무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가장 가슴이 찢어지고 참담한 이들은 다름 아닌 그라운드에서 온몸을 던진 선수들과 현장 스태프들이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 앞에서 축구대표팀 역시 깊은 아쉬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터다. 축구는 철저히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인 만큼, 이번 패배에 따른 코칭스태프 개편과 냉정한 전술적 평가, 인적 쇄신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축구계가 자성을 해서 협회를 혁신을 하든, 감독을 교체하든, 축구협회가 알아서 할 일이다. 홍명보 감독이 전술을 잘 못 짜고 선수들이 컨디션이 안좋아서 탈락을 했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패배의 아픔을 보듬고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국가 원수가 도리어 앞장서서 '낙인찍기'와 '화풀이'성 비난을 퍼붓는 모양새다. 비판을 빌미로 축구협회를 정치권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파장이 커지는 이유다. 특히 대통령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직접 겨냥해 쏟아낸 날 선 발언에 대해, 상당수 국민과 축구계는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눈과 귀를 의심했다"라며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축구대표팀의 탈락을 두고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했다", "예상 밖 결과에 황당함을 느낀다"며 축구협회와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 갈무리
일국의 대통령이 국가대표팀의 패배를 기다렸다는 듯 특정 대상을 겨냥한 감정적 비난의 도구로 삼는 모습은 결코 진중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가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누구 하나를 붙잡고 욕을 하며 화풀이를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는 것도 좋지만, 지위에 맞고 격에 맞는 발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축구계 안팎의 공세는 전조가 있었다. 박문성 류의 좌편향 해설자들을 비롯해 일정한 정치적 색채를 띤 세력들은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홍명보 감독을 겨냥해 극단적인 '악마화'를 시도해 왔다. 이들은 축구협회를 거의 해체 수준으로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했고, 대표팀이 흔들리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마저 보였다. 결국 이번 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거 봐라"라며 마녀사냥의 포문을 연 것이다. 심지어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기다렸다는 듯이 축구협회 비난에 숟가락을 올렸다.
남아공과의 경기를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 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FA 홈페이지 캡처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보며 최근 정부가 특정 커피 브랜드(스타벅스)의 이용 대상을 두고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논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국민들의 일상적인 소비 문화나 보편적인 정서마저 편을 가르고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했던 과거의 전략이, 이번에는 축구대표팀의 패배라는 멍석 위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실수나 노력의 과정에서 발생한 의도치 않은 패배를 위로하진 못할망정, 이를 정치적 국면 전환이나 축구협회 장악의 제물로 삼으려는 얄팍한 계산은 도를 넘어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갈등 유발과 '체육계 길들이기' 전략을 참모들의 뒤에 숨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손과 입(SNS)을 통해 날 것 그대로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발언은 "32강 진출에 실패한 감독을 선발한 과정부터 발본색원하고 조직을 쇄신하라"는 서슬 퍼런 압력으로 들린다. 오늘 이 메시지를 접한 많은 국민이 귀를 의심한 이유다. 과연 21세기 정상적인 국가에서 대통령이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직접 자행할 만한 수위의 언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성적에 대한 평가와 행정 개혁은 축구계 내부와 팬들이 주도해야 할 자율적 영역이다. 이 틈을 타 정치 권력이 개입하고, 특정 세력이 축구협회를 장악하려는 불순한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FIFA는 정치의 축구 개입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며, 심각할 경우 월드컵 자격 박탈이라는 초강수 징계까지 불사한다. 정치권의 섣부른 길들이기가 자칫 한국 축구 전체를 고립시키는 자멸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과연 국민들이 오늘 대통령의 발언을 보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개혁 의지'로 읽을까, 아니면 실정을 감추고 축구 권력을 잡기 위한 '시선 돌리기용 화풀이'로 읽을까.
국민은 생각보다 영리하며, 권력자가 대중의 감정을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려는 수수를 모두 지켜보고 있다. 품격과 포용을 잃어버린 채 국민의 아픔과 일상, 스포츠마저 정치에 이용하려는 대통령의 거친 언어 앞에 국민의 마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할 뿐이다.
결국 이러한 마녀사냥식 비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들이다. 앞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와 비난이 무서워서, 어디 주눅 들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나 하겠는가.
인세영 gold@f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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