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투표지 부족 사태, 선관위가 사고쳤는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곳"

李 취임 1주년 회견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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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표어로 내걸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167분간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패배를 공식 시인하면서도, 핵심 국정 기조의 전환 대신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사법리스크 정면돌파’라는 기존의 강경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지난해 국민임명식 때 착용했던 흰색 바탕의 푸른색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나온 이 대통령은 임기 2년 차를 맞이해 초격차 산업강국, 글로벌 외교·안보 강국, 규범이 지켜지는 정상사회,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라는 4대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국민 주권’과 ‘초심’을 거듭 강조했으나, 회견 곳곳에서 여전히 독선적 확증편향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결국 국민들의 경고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역시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조차도 국민이 저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배경을 설명하며 "중기부 공무원들이 좀 괴롭다고 하는데, 그 괴로움을 다른 공무원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농담했다.


이날 회견에서 가장 큰 우려를 낳은 대목은 부동산 시장을 향한 또 한 번의 ‘세금 폭탄’ 예고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아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오는 7월 세제 정비를 통해 투기 목적 부동산의 보유 부담을 서구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못박았다.


정치·사법 현안에서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무게감을 느끼기엔 다소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6·3 지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이 대통령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선관위가 사고를 쳤는데 법률적으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곳"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2030 청년들의 ‘참정권 시위’에 대해서는 나름의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정부가 어영부영 대충해서 주권 행사를 못 하게 한 것은 표의 숫자나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혹시 범죄혐의가 있는지 최소한 진상은 밝혀야겠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의 재선거 요구 시위를 언급하며 "청년들이 민주공화국의 주권 행사에 관해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을 보면서 ‘주권 감수성이 부족해졌나. 둔감해졌나’란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예고한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꽤 많아 최소한 진상규명은 해야 한다"며 사실상 특검 수용 의사를 시사했다. 대통령 본인과 정권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조작’으로 규정하며 특검을 통해 판을 뒤집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야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 힘은 논평을 통해 "이번 기자회견은 실패한 국정을 자화자찬으로 포장한 대국민 홍보쇼이자 내로남불의 총집대성"이라며 "국민은 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이는데 대통령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고 맹폭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이 추가 질문을 독려해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167분간 이어졌다.


 

정수익 기자 sagu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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