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헌법학계, 특검 일제 비판 "말 한 줄에 압수수색? 국민 기본권 침해 '반헌법 행태'"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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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특검 '황교안 자택 압수수색' 강한 역풍


"정치적 발언까지 내란선동 프레임"… 헌법학계 "주거 압수수색은 과잉"

"비례원칙·표현의 자유 침해"… "음모론式 강제수사, 반헌법"

"권력이 음모론을 국가권력 동원 근거 삼아"


▲ 27일 황교안 전 총리 주거지 앞 모습. ⓒ시민제보


내란 특별검사팀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등 SNS 발언을 내란 선전·선동으로 의심해 자택 압수수색까지 시도했다. 헌법학계는 이런 행위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아직 '내란' 자체가 법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표현 한 줄을 근거로 가장 강한 강제 수단을 동원한 것은 '비례 원칙을 깬 과잉수사'라는 지적이다.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교안 자택 찾은 내란특검… "우원식 국회의장 체포하라" 글 근거로 압수수색 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및 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 27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는 글을 올렸다. 특검은 이 게시물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실제로 봉쇄하자는 취지였는지, 나아가 내란을 선전·선동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용산구에 있는 황 전 총리 주거지에 수사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황 전 총리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실제 집행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현장에는 황 전 총리 지지자들이 몰려 특검 수사관들과 대치했고, 특검은 이 날 철수했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브리핑에서 "내란특검법에 따르면 계엄과 관련해 선전·선동했다는 범죄 사건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며 "황 전 총리도 법무부 장관을 거친 법률가인 만큼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대해선 협조해줬으면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내란특검은 황 전 총리의 글이 국회의장 체포, 즉 "계엄 해제 의결을 맡은 헌법기관의 기능 중지"를 사실상 지시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이 점이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 선전·선동 혐의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황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27일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넘겨 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 "말 한 줄에 압수수색? 비례원칙 깬 과잉수사"… 헌법학자들, 내란특검 정면 비판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이번 강제수사를 '과잉', '위험한 선례', '사실상 정치 표현의 사법화'로 규정하며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핵심은 두 가지다. 정치적 발언을 근거로 곧바로 주거지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 과연 비례원칙(과잉금지 원칙)에 맞느냐라는 점과 아직 '내란' 여부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란 선전·선동' 프레임을 먼저 씌우고 강제수사에 들어간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학장(전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은 "이미 드러난 증거만 가지고도 특검이 '내란 선전·선동'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건 사실상 검사 입장에서는 공소장 쓰는 단계"라며 "그런데도 굳이 강제수사, 그것도 자택 압수수색까지 나갔다는 건 과잉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학장은 "압수수색은 기본권을 가장 세게 건드리는 수단이라서 불가결하게 필요할 때만, 정말 최소 침해로만 써야 한다"며 "지금 사안은 새로운 물증이나 새로운 사실관계를 찾아야 할 절박성이 확인된 것도 아니고, 이미 있는 공개 글을 근거로 '선동'이라고 단정하면서도 추가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건 비례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속된 말로 뇌피셜로 압수수색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특검의 수사 방식을 "권력이 음모론을 국가권력 동원 근거로 삼은 꼴"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특검 쪽에서 '황교안의 글은 배후 공모의 증거'라고 가정하고 압수수색을 하면, 똑같은 논리로 나중에 '특검도 어떤 정치 세력의 사주를 받아 움직였다'고 가정만으로 특검 자체를 압수수색하자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건 국가기관이 음모론을 근거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전형적인 반헌법 행태"라고 했다.


그는 특히 "지금 이 프레임은 특정 정치인의 강경 발언을 곧바로 '국헌 문란 공모의 직접 증거'로 올려놓는다"며 "이게 선례가 되면 앞으로 비상상황에서 여야 누구든 단호한 정치적 표현을 하면 즉시 압수수색 사유가 되는 시대가 온다. 그 순간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사실상 위축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은 주권자다. 주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이런 식으로 위축시키려 드는 건 헌법 질서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했다.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문제의 출발점을 '내란' 개념 왜곡에서 봤다. 그는 "지금 특검은 '내란 선전·선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전제는 계엄 자체가 내란이라는 것"이라며 "계엄이 정말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이었는지 여부조차 아직 법정에서 확정된 바가 없는데, 마치 내란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제해 놓고 그 내란을 '선전·선동했다'며 압수수색부터 간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내란죄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입증돼야지 내란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그 부분은 아직 법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란은 있었다'고 가정하고, 그 내란에 '황교안이 선전·선동으로 가담했다'고 몰아붙이는 건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 아직 내란인지도 모르는 사안을 이미 내란으로 확정해 놓은 채 강제수사에 들어간 셈"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내란 선전·선동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누군가와 공모하거나 조직적으로 결합해 국헌문란을 실제로 밀어붙이자는 취지여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는 등 과격한 문장을 쓴 게 곧바로 공모 증거라는 식으로 취급되고 있다. 공모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제3자의 정치적 주장에 대해 곧바로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붙이고 주거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면, 그건 무리수"라고 했다.


이어 "말 하나를 근거로 영장을 들고 집에 들이닥치는 건 그 자체로 독재적 공권력 행사다. 법원이 그런 영장을 내줬다면, 그 순간 이미 법원도 '이건 내란'이라고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매우 위험하다"고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의 공개 브리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박지영 특검보는 "황 전 총리도 법무부 장관을 거친 법률가"라며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협조해줬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은 영장으로 정당화하면 되는 문제인데, 수사팀이 언론 앞에서 피압수수색자를 실명으로 거론하며 '법무장관까지 한 사람이면 협조하라'고 압박하는 건 사실상 여론전을 통해 유죄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데일리 DB


◆ "이건 황교안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표현 전반이 수사 대상 되는 순간


결국 이번 사안은 황교안 개인의 법적 리스크를 넘어, 특검이 국가형벌권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에 관한 시험대가 됐다. 아직 '내란'인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치인의 과격한 표현을 '국헌 문란 공모 증거'로 취급해 곧바로 주거지 압수수색에 들어간다면 무엇이 남느냐는 것이다.


이호선 학장은 "이건 그냥 황교안 문제가 아니다. 국민 누구든지 비상상황에서 강하게 의견을 표명하면 그 자체가 내란 선동 혐의가 되고, 곧장 집까지 털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자체로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축시키는 조치"라며 "특검 스스로도 언젠가 같은 잣대로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황 교수 역시 "이런 식으로 법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법이 그냥 막 가는 것"이라며 "국민이 의견을 말할 자유 자체가 형사처벌의 전 단계로 편입되는 순간,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내란특검은 황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이 무산된 뒤에도 "조만간 영장을 다시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경진 기자 jkj6609@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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