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장] “그래도 김문수”…“국힘 용서 못해”, 흔들리는 ‘보수 심장’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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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 보수 미래 못 맡겨”…“빨간색 보고 찍는 시대 지나야”

“당(黨) 싫지만 민심은 김문수”…“홍준표에 실망, 이준석이 대안”

“국민의힘, 보수 민심 대변 못해…정신 못 차려” 비판·분노 상당


▲ 13일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시장 교차로에 주요 대선 후보 현수막이 걸린 모습. 북구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심장부로 불리는 대구의 시민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수성로와 칠성시장, 범어동 일대에서 만난 대구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흔들리는 보수 민심’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직접 확인해 봤다.

 

14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7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민의힘이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이후 대선 후보 단일화과정에서 보여준 당 내홍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전과4범 이재명에 보수의 미래를 맡길 수는 절대 없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통령을 다수 경상도가 배출한 보수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도 상당해 보였다.

 

13일,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전혀 없는 칠성시장.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진 불경기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는 대구의 상징적 전통시장이다. 

 

과일장사를 하는 한 할머니는 “매일 싸움질만하고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보수당이라 미워 죽겠지만 별 수 있나, 그래도 빨간당 2번 김문수 뽑아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선 끝나고도 계속 시끄러운 모습 보면 지금도 정신 못 차린 건 맞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 생선 가게 주인은 “선거철마다 여기(칠성시장)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보수 정치인이 ‘표 도둑놈’같다”며 “대구가 보수 텃밭이라고 하지만 다들 ‘빨간색(국민의힘 당색)’만 보고 찍는 시대는 지나야한다”고 했다.

 

경남도지사와 대구시장을 지난 홍준표 전 시장의 대선 경선 탈락과 이어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날선 공개비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의 행보가 대구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였다. 

 

홍 전 시장이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사실상 저버리자 이에 대한 반동으로 ‘새로운 개혁 보수’에 대한 염원이 밑바닥 민심부터 올라는 모습이었다.

 

60대 택시기사는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을 데리고 오지 말고 홍준표를 끝까지 밀었어야 했다”며 “이번에는 한덕수를 데려와 평생 보수를 지킨 김문수를 몰아내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 주자 중 아무도 뽑을 사람이 없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보수 시민 마음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 전 지사 지지에서 이준석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고 밝힌 60대 두 여성은 “홍준표는 보수 성지 대구의 민심을 누구보다 잘 대변하며 중앙정치에 각을 세우고 개혁 보수를 열망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 중 홍준표 만한 사람이 없는데, 그가 국민의힘 지지를 거뒀으니 더욱 더 지지할 이유가 없다”며 “홍준표가 공개 지지한 이준석에 표심이 몰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2.28 공원에서 만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민주당 권리당원(57세, 남, 수성구)은 “나는 ‘친노’로 2000년 초반부터 대구에서도 열성 민주당원으로 활동했으나 2016년 이재명이 성남시절 당시부터 민주당에서 정치하면서 비명계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당적만 유지중”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의 가치는 ‘진보’ ‘공정’인데 이재명은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공천 학살을 자행했으며, 자신을 위한 대오단결만을 유지하고 있다”며 “반명계 표가 갈 곳이 이준석 말고 또 있느냐”고 되물었다.

 

대구는 일편단심 보수 표심, 균열 상당해

김문수 단일 후보에도 힘 못 싣는

국민의힘 배출 대선 후보 '갈등 극심'

 

국민의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내는 이른바 ‘골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들은 후보와 당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모습이 절실하다면서도 친윤계와 비윤계로 나뉘어 김문수 후보 지지 여부를 저울질하는 모습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성구에서 만난 50대 김 모 씨는 “솔직히 아직도 홍준표 전 시장이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깝지만, 김문수가 아닌 이준석에게 표를 준 것 또한 그 사람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재명에 표심이 몰리는 건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 정체성을 가진 ‘강한 지도자’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한 지도자는 그래도 ‘김문수’”라며 “썩어빠진 공당이지만 대구 민심은 김문수를 향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도 했다.

 

칠성시장에서 생선 자판을 하는 한 상인은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발버둥치는데도 후보에게 온전히 힘을 실어주지 못할망정 경선 후보끼리 또다시 분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계파싸움도 정도껏 인데, 덮어놓고 뽑아주니 자기 살 길만 모색하는 모습에다 차기 대선 자리싸움에까지, 국민의힘도 명운이 다 된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출처 :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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