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5大 '사법리스크' 해부③
이재명 대권후보 자격 있나…5개 재판서 64차례 지연
법관 기피 등으로 하세월…대통령돼서 재판 중지하려는 속셈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의혹' 관련자 모두 유죄
이 대표에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유서 쓰고 자살한 최측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나 본격적으로 대권 도전에 나선다. 하지만 이 대표가 피의자로 연루돼 진행 중인 5개 재판은 어느 것 하나 결론이 난 것이 없기 때문에 대선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는 율사(律士·법률의 해석과 적용을 하는 사람) 출신 정치인이 갖가지 '법 기술'을 활용해 지연술을 펼치고 법원이 어느 정도 눈감아 준 결과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특히 이 대표의 가장 큰 사법리스크인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의혹' 사건은 관련자들이 유죄를 받으면서 속속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 사건의 최종 결재권자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인 만큼 '범죄 우두머리'로서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다.
◆5개 재판서 64차례 지연 … 최종 선고 전에 대통령되려는 '법꾸라지'
9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대표가 현재 받고 있는 5개의 형사 재판(▲공직선거법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 비리 ▲불법 대북 송금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에서 법원 송달 미수령 26차례, 재판 불출석 27차례, 기일 변경 신청 9차례, 위헌법률 심판 제청 2차례 등 총 64차례의 지연 조치가 있었다.
특히 위증교사 재판에서는 법원의 결정·기록이 송달되지 않았던 사례가 12차례로 가장 많았고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에서는 무려 14차례나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과정에서는 법원 송달 미수령 7차례, 재판 불출석 6차례, 기일 변경 신청 5차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2차례 등 총 20여 차례에 걸쳐 재판 진행을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이 사건 2심 선고까지는 무려 909일이 소요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도 2023년 3월부터 79차례나 공판이 진행됐으나 1심 선고까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이 대표 측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지 않아 법정으로 불러 신문해야 하는 증인만 148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은 지난해 6월 기소된 이후 9개월째 첫 공판기일이 잡히지도 않았다. 이 대표 측이 기소 직후 대장동 사건 재판과 병합해 달라고 신청하면서 한 차례 지연됐고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재배당 신청 의견서를 내는가 하면 급기야 법관기피 신청까지 제기해 반년 이상 지체됐다. 그동안 이 사건 공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은 2심까지 진행돼 유죄 판결이 나온 뒤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어떻게든 최종 선고 전에 대통령이 돼서 헌법84조에서 정한 '불소추특권'을 이용해 재판을 중지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 사건들은 공범들이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아 구속되고 있다. 검찰의 기소가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단들이 이미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범죄 우두머리가 각종 법 기술을 사용해 빠져나가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서성진 기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실형…"李 분신과 같은 사람"
무엇보다 이 대표의 측근들도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를 향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대표의 '분신'같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억 7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6억원, 뇌물 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대선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할 때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진술의 신빙성이 1심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인정됐다.
당내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4차례에 걸쳐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3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6억원만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금액 중 1억4700만원은 유 전 본부장이 사용했고, 1억원은 남 변호사가 되찾아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이 뇌물을 받았고 이는 대선 예비경선과 대선자금으로 활용된 것이 인정된 판결이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선후보를 거치면서 가장 가깝게 이 대표를 보좌했다. 성남시장 시절에는 성남시의원, 경기도지사 당선 후에는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다.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는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2020년 1월 김 전 부원장의 출판기념회 축사를 하면서 "제 분신과 같은 사람이어서 앞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낼 아주 유용한 재목"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편 함께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 남 변호사에게도 1심과 동일한 징역 8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백현동 관련자들도 모두 징역형…재판부 "이재명 친분바탕 청탁"
대장동뿐 아니라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사건에서도 관련자들은 대다수 유죄를 선고받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정 회장은 성남알앤디PFV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아시아디벨로퍼, 영림종합건설 등에서 총 48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법원은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백현동 개발사업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일대를 아파트로 개발한 사업으로, 정 회장은 백현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의 최대 주주다.
사법부는 이 대표와 인연이 있던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을 로비했다는 점과 사업자인 정바울 회장이 사업을 통해 횡령‧배임을 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김 씨는 이재명,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서 청탁을 받고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한 대관 업무를 맡았다"라면서 "정바울과 김 전 대표와 동업 관계라 볼 수 없고, 알선 행위가 아니면 거액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김인섭 대표 역시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김 전 대표는 정 회장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약속받고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상대로 백현동 인허가와 관련한 청탁을 진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정 회장에게 77억원을 수수하고 5억원 상당 공사장 식당 사업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일한 이력이 있는데, 검찰은 당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간 친분을 이용해 정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백현동 사건의 배임 혐의액을 200억원으로 특정했다. 아파트 건설 목적의 용도 지역 상향, 기부채납 대상 변경,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인 옹벽 설치 승인 등 개발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느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봤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공사에 최소 200억원 손해를 끼치게 하는 등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전 대표 재판과 이 대표 재판은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은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김 전 대표의 유죄 확정 판결로 인해 이 대표 재판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정상윤 기자
◆이 대표 최측근 성남FC 후원금 사건 불거지자 자살…"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병합돼 재판이 진행중인 성남FC 후원금 사건에서는 이 대표의 측근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그 비운의 주인공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및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다.
그는 유서를 통해 "이재명 대표님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자는 없어야지요"라고 했다. 또한 "원망스럽다", "측근을 진정성 있게 관리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유서 중 가족 및 지인을 제외하고 이름이 명시된 것은 이 대표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가 성남FC에 후원금 40억원을 건네는데 관여한 혐의로 입건돼 2022년 12월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전 씨는 성남FC 후원금 사건 당시 주무부서 국장이었고 직접 네이버 관계자와 만나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4년 11월 전 씨가 네이버 관계자에게 '성남 구미동 부지를 매입할 수 있게 해줄 테니 성남FC에 50억 원을 후원해달라'는 취지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의사를 전달했고 또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네이버를 관계자를 만나 "이재명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 성남FC 자금 문제다"라는 내용을 전달했을 때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전 씨를 제3자 뇌물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전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진술과 결재서류 등의 증거가 나오면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전 씨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대표를 보좌해온 최측근으로 꼽힌다. 1978년 9급 공무원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2013년 성남시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이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 신임을 얻은 전 씨는 2014~2017년 성남시 푸른도시사업소장, 수정구청장, 행정기획국장, 행정기획조정실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2018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이후엔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사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이 대표의 지근거리에서 행정을 담당한 기간이 1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그가 돌연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
송학주 기자
출처 :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 NewDaily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재명의 5大 '사법리스크' 해부③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나 본격적으로 대권 도전에 나선다. 하지만 이 대표가 피의자로 연루돼 진행 중인 5개 재판은 어느 것 하나 결론이 난 것이 없기 때문에 대선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는 율사(律士·법률의 해석과 적용을 하는 사람) 출신 정치인이 갖가지 '법 기술'을 활용해 지연술을 펼치고 법원이 어느 정도 눈감아 준 결과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특히 이 대표의 가장 큰 사법리스크인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의혹' 사건은 관련자들이 유죄를 받으면서 속속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 사건의 최종 결재권자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인 만큼 '범죄 우두머리'로서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다.
◆5개 재판서 64차례 지연 … 최종 선고 전에 대통령되려는 '법꾸라지'
9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대표가 현재 받고 있는 5개의 형사 재판(▲공직선거법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 비리 ▲불법 대북 송금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에서 법원 송달 미수령 26차례, 재판 불출석 27차례, 기일 변경 신청 9차례, 위헌법률 심판 제청 2차례 등 총 64차례의 지연 조치가 있었다.
특히 위증교사 재판에서는 법원의 결정·기록이 송달되지 않았던 사례가 12차례로 가장 많았고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에서는 무려 14차례나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과정에서는 법원 송달 미수령 7차례, 재판 불출석 6차례, 기일 변경 신청 5차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2차례 등 총 20여 차례에 걸쳐 재판 진행을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이 사건 2심 선고까지는 무려 909일이 소요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도 2023년 3월부터 79차례나 공판이 진행됐으나 1심 선고까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이 대표 측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지 않아 법정으로 불러 신문해야 하는 증인만 148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은 지난해 6월 기소된 이후 9개월째 첫 공판기일이 잡히지도 않았다. 이 대표 측이 기소 직후 대장동 사건 재판과 병합해 달라고 신청하면서 한 차례 지연됐고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재배당 신청 의견서를 내는가 하면 급기야 법관기피 신청까지 제기해 반년 이상 지체됐다. 그동안 이 사건 공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은 2심까지 진행돼 유죄 판결이 나온 뒤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어떻게든 최종 선고 전에 대통령이 돼서 헌법84조에서 정한 '불소추특권'을 이용해 재판을 중지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 사건들은 공범들이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아 구속되고 있다. 검찰의 기소가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단들이 이미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범죄 우두머리가 각종 법 기술을 사용해 빠져나가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서성진 기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실형…"李 분신과 같은 사람"
무엇보다 이 대표의 측근들도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를 향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대표의 '분신'같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억 7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6억원, 뇌물 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대선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할 때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진술의 신빙성이 1심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인정됐다.
당내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4차례에 걸쳐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3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6억원만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금액 중 1억4700만원은 유 전 본부장이 사용했고, 1억원은 남 변호사가 되찾아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이 뇌물을 받았고 이는 대선 예비경선과 대선자금으로 활용된 것이 인정된 판결이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선후보를 거치면서 가장 가깝게 이 대표를 보좌했다. 성남시장 시절에는 성남시의원, 경기도지사 당선 후에는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다.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는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2020년 1월 김 전 부원장의 출판기념회 축사를 하면서 "제 분신과 같은 사람이어서 앞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낼 아주 유용한 재목"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편 함께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 남 변호사에게도 1심과 동일한 징역 8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백현동 관련자들도 모두 징역형…재판부 "이재명 친분바탕 청탁"
대장동뿐 아니라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사건에서도 관련자들은 대다수 유죄를 선고받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정 회장은 성남알앤디PFV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아시아디벨로퍼, 영림종합건설 등에서 총 48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법원은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백현동 개발사업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일대를 아파트로 개발한 사업으로, 정 회장은 백현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의 최대 주주다.
사법부는 이 대표와 인연이 있던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을 로비했다는 점과 사업자인 정바울 회장이 사업을 통해 횡령‧배임을 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김 씨는 이재명,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서 청탁을 받고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한 대관 업무를 맡았다"라면서 "정바울과 김 전 대표와 동업 관계라 볼 수 없고, 알선 행위가 아니면 거액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김인섭 대표 역시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김 전 대표는 정 회장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약속받고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상대로 백현동 인허가와 관련한 청탁을 진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정 회장에게 77억원을 수수하고 5억원 상당 공사장 식당 사업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일한 이력이 있는데, 검찰은 당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간 친분을 이용해 정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백현동 사건의 배임 혐의액을 200억원으로 특정했다. 아파트 건설 목적의 용도 지역 상향, 기부채납 대상 변경,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인 옹벽 설치 승인 등 개발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느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봤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공사에 최소 200억원 손해를 끼치게 하는 등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전 대표 재판과 이 대표 재판은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은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김 전 대표의 유죄 확정 판결로 인해 이 대표 재판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정상윤 기자
◆이 대표 최측근 성남FC 후원금 사건 불거지자 자살…"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병합돼 재판이 진행중인 성남FC 후원금 사건에서는 이 대표의 측근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그 비운의 주인공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및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다.
그는 유서를 통해 "이재명 대표님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자는 없어야지요"라고 했다. 또한 "원망스럽다", "측근을 진정성 있게 관리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유서 중 가족 및 지인을 제외하고 이름이 명시된 것은 이 대표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가 성남FC에 후원금 40억원을 건네는데 관여한 혐의로 입건돼 2022년 12월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전 씨는 성남FC 후원금 사건 당시 주무부서 국장이었고 직접 네이버 관계자와 만나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4년 11월 전 씨가 네이버 관계자에게 '성남 구미동 부지를 매입할 수 있게 해줄 테니 성남FC에 50억 원을 후원해달라'는 취지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의사를 전달했고 또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네이버를 관계자를 만나 "이재명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 성남FC 자금 문제다"라는 내용을 전달했을 때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전 씨를 제3자 뇌물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전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진술과 결재서류 등의 증거가 나오면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전 씨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대표를 보좌해온 최측근으로 꼽힌다. 1978년 9급 공무원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2013년 성남시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이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 신임을 얻은 전 씨는 2014~2017년 성남시 푸른도시사업소장, 수정구청장, 행정기획국장, 행정기획조정실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2018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이후엔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사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이 대표의 지근거리에서 행정을 담당한 기간이 1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그가 돌연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
송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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