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교


중국계 범죄 조직의 세계화… 동남아 너머 아프리카·태평양 섬나라까지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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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삼합회, 납치·인신매매·감금·고문·온라인 사기 등에 깊이 관여”

美재무 “14K·산이온 등, 동남아 발판으로 글로벌 스캠·자금세탁망 확장”

일대일로 주요 고리인 캄보디아에 中 투자 급증… 현지 지배층과 유착 강화


▲ 2023∼2025년 동남아시아 사기조직 거점으로 추정된 위치들. 중국 본토와 이어진 미얀마 접경지역과 캄보디아에 특히 밀집해 있다. 지난 십여년 캄보디아가 일대일로의 중요한 연결고리로서 중국으로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받아 온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보고서 캡처

 

캄보디아 ‘범죄단지’를 실질 지배해 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계 조직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사태의 중심에 삼합회(三合會)가 있다. 오늘날 삼합회는 특정 단일 체계의 조직명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친) 중국계 범죄조직을 포괄한 범주’ 이름에 해당한다. 16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미국 재무부는 삼합회가 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내 납치·인신 매매·감금·고문·사기 등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고 밝혔다.

 

UNODC 보고서에 따르면 마카오 등지의 도박산업에 기반하던 중국계 조직체들이 당국의 단속을 피해 동남아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현지의 느슨한 규제, 외국자본 유입 증가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 근년 카지노와 온라인 사기가 급속히 확산했다. 제도적 법적 통제로부터 벗어난 채, 심지어 지역 지배층의 비호 아래 불법 사업을 키워 온 점도 지적됐다. 특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경제특구 등이 삼합회 일파인 ‘산이온’(SanYeeOn) ‘14K’ 등의 범죄조직 근거지로 부상했다.

 

산이온이란 광둥성 동부 후이저우에 있던 옛 신의안현의 광둥어 발음이다. 1919년 이곳 출신들의 반(反)외세 애국 비밀결사로 출발했으나 1920~1930년대 들어 범죄 단체화해 14K·워싱워(和勝和)와 함께 삼합회 3대 세력의 하나가 됐다. 카지노 이권 등을 노리고 캄보디아에 진출한 이들은 코로나19 시국에서 사업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로 인해 도박을 넘어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연애빙자 사기), 코인 투자 사기 등 각종 온라인 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

 

UNODC는 시아누크빌뿐 아니라 태국과 접한 라오스 북서부 보케오주 이른바 골든트라이앵글(황금의 삼각지대) 경제특구 역시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됐다며, 강력한 행정·법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편인 ‘경제특구’가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캄보디아엔 2010년대 이래 카지노·호텔리조트 등에 막대한 중국 자본이 유입됐으며 2020년대 들어 범죄단지가 급격히 팽창했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중국의 세계패권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 육상·해상 실크로드) 발전기와 일치한다. UNODC 보고서가 이들 중국계 범죄조직 활동이 동남아를 넘어 남미·아프리카·중동·유럽으로 글로벌화한 것을 설명한 대목엔 잠비아·앙골라·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와 피지·팔라우·통가·동티모르 등 태평양 섬나라까지 등장한다. 

 

중국 매체들의 침묵 속에 오늘자 AP나 중동 매체 알자리라 등 외신들은 상황을 지구적 차원의 범죄 생태계로 파악하고 있다. 미 의회 산하 기관 및 싱크탱크 보고서들이 이 사안에 목소리를 높여온 가운데, 7월 미국중국위원회(USCC) 보고서는 ‘중국계 범죄조직이 동남아를 발판으로 글로벌 스캠·자금세탁망을 확장해 왔다’고 적시했다. 각국 지도층 포섭에 성공하며 현지 정부의 협업 내지 방치가 뒤따랐다는 점도 언급됐다.

 

USCC 보고서는 이어 일부 범죄 조직이 일대일로 논리를 차용해 자신들의 활동을 ‘중국 이익 수호’ 내지 ‘글로벌 중국화 선전’과 연결짓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정리했다. 예컨대 ‘애국’ 담론으로 조직 정당성을 강조하며, 현지 사회· 경제에 섞여 들어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 감추기 전략을 쓰지만 사실상 중국공산당의 암묵적 보호 내지 묵인이 수반된다고 비판했다. 캄보디아처럼 일대일로 참여국이며 도로·철도·항만 등 다양한 중국발(發) 투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이들 범죄조직과 현지 권력 유착 사례가 흔하다는 것이다. 

 

스캠 센터들이 중국계 자본 투자 지역이나 중국인 밀집지 근처에 몰려 있는 점도 거론됐다. ‘범죄 조직과 중국·현지 정부 간 얽힘’ 의혹 관련 보도 또한 작년 12월부터 꾸준히 워싱턴포스트(WP)·로이터·블룸버그 등 외신을 탔다. 3월 호주 찰즈스튜어트대 심포지엄 논문엔 대만계 연구자(레오 린 S.F.)가 일대일로로 구축된 디지털·무역 네트워크와 중국 조직범죄의 인신매매 흐름 뒷받침 실태를 꼬집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미 의회 및 행정부에 자문을 해 온 워싱턴DC 소재의 비영리 싱크탱크 아시아연구국(NBR)에선 중국이 남쪽 국경을 통한 범죄 흐름을 관리하려는 전략적 개입을 시도한다는 분석을 지난달 내놓기도 했다.

 

동남아 온라인 범죄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조직이 ‘14K’다. 일명 ‘부러진 이빨’ 완콕코이(尹國駒)가 우두머리로 알려져 있다. 마카오의 가장 악명 높은 삼합회 조직 두목이었던 그는 1998년 체포돼 약 14년간 복역 후 출소할 때 “조용히 살고 싶다” 하더니 2018년 캄보디아에서 ‘세계홍먼(洪門)역사문화협회’를 세웠다. 

 

이 협회는 암호화폐 개발·출시, 부동산 사업 등을 벌였으며 최근엔 일대일로 관련 보안 전문 경비회사를 운영한다. 그 외 완콕코이는 홍콩이 본사인 ‘동메이그룹’, 팔라우(인도네시아령 오세아니아 섬) 기반의 ‘팔라우중국홍먼문화협회’ 등도 운영 중이다. 동남아 불법 사업 확대를 감지한 미 재무부가 2020년 이미 이들 3개 법인 제재를 발표한 상태다.

 

삼합회란 원래 17세기 중국 본토 남부에서 태동했다. 만주족 청나라를 배격하며 명나라 복원을 추구한 비밀결사였는데, 19세기 중국에 진출한 영국인들이 그들의 표식 문양(삼각형 속 천·지·인 문자)을 트리아드(3인조·3화음·Triad)로 불렀고 현재엔 마치14K·산이온 등 3대 조직을 칭하는 말처럼 돼 버렸다. 19세기 후반까지는 반외세 애국 비밀결사 정체성이 유지됐으나 1949년 본토 공산화 후 홍콩·대만·마카오·동남아·미국 차이나타운 등으로 퍼지며 국제 범죄네트워크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임명신 기자imms@skyedaily.com

출처 :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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