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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열전]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조선일보 주필의 위험한 주장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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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 단축과 개헌은 흥정 대상 아니야

탄핵 심판이 정치적 재판이라면, 헌법 개정은 또 다른 정치적 흥정


@27일자 조선일보


27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이 임기를 6개월로 못 박고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실정법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며 정치적 판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하고 단편적인 시각으로, 헌법을 단순한 정치 문서로 격하시켜 헌재를 정치적 기구로 변질시키려는 시도여서 놀랍고도 두렵다.

 

그는 칼럼에서 “헌법은 최고위 정치 문서이고 헌재의 국가 원수 탄핵 재판은 정치적 재판의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재판이라는 것은 실정법의 한계에만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말 지금은 법 차원이 아니라 나라의 역사와 미래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법 차원이 아니라 나라의 역사와 미래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이어 “3번의 대통령 탄핵과 계엄 사태 등 정치적 혼란은 여기서 출발한다. 낡은 체제를 바꿔야 한다. 개헌을 할 수 있는 적기”라는 주장을 이어 갔다. 그리고 “윤 대통령과 헌법재판관들, 이 대표가 용기와 결단으로 우리 역사에 또 하나의 ‘6·29 통합의 기적’을 탄생시켜 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요약하면 ‘개헌이 필요하니 대통령 잔여 임기를 6개월로 한정하면서 개헌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이루자’로 정리된다. 일견 제안이니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바탕에 깔린 논리는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양 주필의 주장이 “정치가 법 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이 법을 대하는 태도와 다를 바 없으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주도했던 인민재판식 운영을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보인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조문을 경시하고 재판관의 자의적 판단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법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릴 경우, 법치는 붕괴하고 정치적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양 주필은 또한 “나라의 역사와 미래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하고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헌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단순히 정치적 타협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사안이 아니다. 국민적 동의 없이 진행되는 개헌 논의는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더욱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는 방식으로 탄핵을 피하려 한다면, 이는 오히려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양 주필의 칼럼이 등장한 배경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이러한 주장이 나온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은 법에 따른 판단이지, 정치적 타협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탄핵 심판이 정치적 재판이라면, 헌법 개정은 또 다른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뿐이다.

 

법은 국가의 근간이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해석되고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주필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헌법을 무시하고 정치적 결단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법치주의가 흔들리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김영 기자jebo@skyedaily.com

출처 :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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