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노조까지 성과급 확대 요구에 가세하면서,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긴장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 갈등의 출발점은 SK하이닉스의 고액 성과급이다.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 지급 사례가 ‘기준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대기업 노조들이 잇따라 성과 연동 보상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증권가 전망치를 적용할 경우 성과급 규모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주주와 경영진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기업의 투자 여력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둘러싼 재원 배분 문제가 부각되며, 성과급 논쟁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3만명 집결·5월 파업 예고…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15%' 요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본문1>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24일 경찰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지난 23일 평택사업장 앞에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는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3만여 명, 노조 측 추산 약 3만9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8881명, 지난해 말 기준)의 약 30%이자, 반도체 부문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집회를 주도한 초기업노조는 약 7만40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며 삼성전자 내 첫 과반 노조 지위를 얻은 상태로,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도 확보했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라인 가동 중단 등으로 회사의 손실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연봉의 50%)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가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약 300조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45조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인 37조7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와 차세대 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기존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업계 최상위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에스케이(SK)하이닉스보다 성과급이 적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성과급에 상한제가 없는 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연봉 50%를 성과급 상한선으로 두고 있어, 호황기에도 체감 보상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성과 인센티브로서 초과이익성과급(OPI)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영업이익 15% 배분 요구가 특별 포상 형태에 해당할 순 있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는 연구개발(R&D) 및 미래사업 재원 확보를 불투명하게 해 회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노사 협상은 지난달 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측은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 가능성을 우려하며 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이며,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내부 갈등까지 번진 집회…비조합원 압박·주주 반발까지 '격화'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노조의 집회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집회 당일 일부 비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의도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불참 시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연차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비조합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개인이 사내 보안시스템을 악용해 비노조원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해 유포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 무단 수집 및 유포 혐의로 해당 인물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노조 측 발언도 내부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향후 강제 전환 배치나 구조조정 등 노사 협의 과정에서 파업 불참자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파업 참여를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주들의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성과급 확대가 배당 축소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조 집회 반대편에서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가 같은 날인 10일 오전 평택시 고덕 국제대로 일대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신고 인원은 20명 수준이었지만, 노조와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주주운동본부 측은 “오늘날의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경영진이나 직원뿐 아니라 주주의 지속적인 지지 덕분”이라며 “경영자와 근로자 중심의 논의 속에서 500만 주주가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주 측 민경권 대표는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을 특히 문제 삼았다. 그는 "성과급 협상은 노사 간 문제일 수 있지만 공장 폐쇄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며 "반도체 공장을 멈췄다 다시 살리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든다"고 했다.
이어 공장은 주주가 지분을 가진 실물 자산인 만큼 이를 멈추는 것은 호황 사이클 속에서 회사와 주주 재산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기업 이슈 넘어 '국가 리스크'로 …반도체 공급망 충격 우려에 외신도 주목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노사 대립은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국가리스크로 보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듭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노조 파업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비판의 시각이다.
반도체는 국내 총수출의 약 38%를 차지한다. 반도체 생산 라인은 24시간 가동이 필수인만큼 파업으로 가동으로 중단될 경우 삼성은 물론 국가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 하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과거 해외 사례를 들어 경직된 비용 구조가 기업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제너럴 모터스(GM)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외부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내부적으로 누적된 고정비 부담 역시 위기를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GM은 차량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퇴직자 연금과 의료비 등 이른바 ‘레거시 코스트’를 상당 부분 부담해야 했다. 생산량 변동에도 임금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요 급감 국면에서 비용을 탄력적으로 줄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국 호황기에 형성된 비용 구조가 불황기에 재무 부담으로 전이되며 위기를 키운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들어 성과급 등 보상 체계가 경직될 경우 기업의 재무 구조와 장기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일수록 고정비 확대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호황기에 높아진 보상 기준이 침체기에는 기업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아울러 해외 주요 외신들도 이번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을 한국의 주요 리스크로 보고 있다. 로이터, 블룸버그, 닛케이 등은 평택 집회와 파업 예고를 비중 있게 다루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로이터는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파급력을 우려했다.
블룸버그 역시 대규모 이익 공유 요구를 둘러싼 노사 갈등을 소개하며, 해당 요구가 정당한 성과 보상인지 아니면 투자 재원과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삼성전자 노사 분쟁이 장기적으로 시장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기술 경쟁력보다는 전반적인 AI 수요 확대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하며, 파업 리스크가 향후 성장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까지 번진 성과급 요구…하청 교섭까지 '확대'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전경
한편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논란은 반도체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역시 최근 임금 협상 요구안을 확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으며,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 및 노동 조건 보장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약 10조3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노조 요구대로라면 3조원 이상을 성과급으로 배분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확대 등 추가 요구안까지 더해지면서 사측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성과를 노동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에서는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최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금속노조 산하 일부 지회는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장 진입을 시도하는 등 갈등이 현실화됐다.
노조 측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와 파업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성과급 요구가 단순 금액 확대를 넘어 지급 대상과 교섭 범위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협력업체까지 성과급 분배 요구가 확산될 경우 기업의 비용 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 역시 전동화 전환과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투자가 본격화되는 국면에 들어선 만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투자 재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성과 공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고정 비율 중심의 과도한 요구가 확산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 논쟁이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투자와 성장 전략을 둘러싼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 공유 자체는 필요하지만 최근처럼 고정 비율 중심의 요구가 확산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구조를 유연하게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며 “결국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 논쟁이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 투자와 성장 전략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출처 :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노조까지 성과급 확대 요구에 가세하면서,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긴장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 갈등의 출발점은 SK하이닉스의 고액 성과급이다.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 지급 사례가 ‘기준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대기업 노조들이 잇따라 성과 연동 보상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증권가 전망치를 적용할 경우 성과급 규모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주주와 경영진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기업의 투자 여력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둘러싼 재원 배분 문제가 부각되며, 성과급 논쟁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3만명 집결·5월 파업 예고…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15%' 요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본문1>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24일 경찰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지난 23일 평택사업장 앞에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는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3만여 명, 노조 측 추산 약 3만9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8881명, 지난해 말 기준)의 약 30%이자, 반도체 부문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집회를 주도한 초기업노조는 약 7만40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며 삼성전자 내 첫 과반 노조 지위를 얻은 상태로,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도 확보했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라인 가동 중단 등으로 회사의 손실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연봉의 50%)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가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약 300조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45조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인 37조7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와 차세대 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기존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업계 최상위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에스케이(SK)하이닉스보다 성과급이 적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성과급에 상한제가 없는 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연봉 50%를 성과급 상한선으로 두고 있어, 호황기에도 체감 보상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성과 인센티브로서 초과이익성과급(OPI)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영업이익 15% 배분 요구가 특별 포상 형태에 해당할 순 있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는 연구개발(R&D) 및 미래사업 재원 확보를 불투명하게 해 회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노사 협상은 지난달 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측은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 가능성을 우려하며 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이며,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내부 갈등까지 번진 집회…비조합원 압박·주주 반발까지 '격화'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노조의 집회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집회 당일 일부 비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의도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불참 시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연차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비조합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개인이 사내 보안시스템을 악용해 비노조원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해 유포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 무단 수집 및 유포 혐의로 해당 인물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노조 측 발언도 내부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향후 강제 전환 배치나 구조조정 등 노사 협의 과정에서 파업 불참자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파업 참여를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주들의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성과급 확대가 배당 축소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조 집회 반대편에서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가 같은 날인 10일 오전 평택시 고덕 국제대로 일대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신고 인원은 20명 수준이었지만, 노조와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주주운동본부 측은 “오늘날의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경영진이나 직원뿐 아니라 주주의 지속적인 지지 덕분”이라며 “경영자와 근로자 중심의 논의 속에서 500만 주주가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주 측 민경권 대표는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을 특히 문제 삼았다. 그는 "성과급 협상은 노사 간 문제일 수 있지만 공장 폐쇄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며 "반도체 공장을 멈췄다 다시 살리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든다"고 했다.
이어 공장은 주주가 지분을 가진 실물 자산인 만큼 이를 멈추는 것은 호황 사이클 속에서 회사와 주주 재산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기업 이슈 넘어 '국가 리스크'로 …반도체 공급망 충격 우려에 외신도 주목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노사 대립은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국가리스크로 보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듭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노조 파업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비판의 시각이다.
반도체는 국내 총수출의 약 38%를 차지한다. 반도체 생산 라인은 24시간 가동이 필수인만큼 파업으로 가동으로 중단될 경우 삼성은 물론 국가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 하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과거 해외 사례를 들어 경직된 비용 구조가 기업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제너럴 모터스(GM)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외부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내부적으로 누적된 고정비 부담 역시 위기를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GM은 차량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퇴직자 연금과 의료비 등 이른바 ‘레거시 코스트’를 상당 부분 부담해야 했다. 생산량 변동에도 임금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요 급감 국면에서 비용을 탄력적으로 줄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국 호황기에 형성된 비용 구조가 불황기에 재무 부담으로 전이되며 위기를 키운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들어 성과급 등 보상 체계가 경직될 경우 기업의 재무 구조와 장기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일수록 고정비 확대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호황기에 높아진 보상 기준이 침체기에는 기업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아울러 해외 주요 외신들도 이번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을 한국의 주요 리스크로 보고 있다. 로이터, 블룸버그, 닛케이 등은 평택 집회와 파업 예고를 비중 있게 다루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로이터는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파급력을 우려했다.
블룸버그 역시 대규모 이익 공유 요구를 둘러싼 노사 갈등을 소개하며, 해당 요구가 정당한 성과 보상인지 아니면 투자 재원과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삼성전자 노사 분쟁이 장기적으로 시장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기술 경쟁력보다는 전반적인 AI 수요 확대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하며, 파업 리스크가 향후 성장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까지 번진 성과급 요구…하청 교섭까지 '확대'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전경
한편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논란은 반도체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역시 최근 임금 협상 요구안을 확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으며,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 및 노동 조건 보장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약 10조3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노조 요구대로라면 3조원 이상을 성과급으로 배분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확대 등 추가 요구안까지 더해지면서 사측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성과를 노동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에서는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최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금속노조 산하 일부 지회는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장 진입을 시도하는 등 갈등이 현실화됐다.
노조 측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와 파업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성과급 요구가 단순 금액 확대를 넘어 지급 대상과 교섭 범위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협력업체까지 성과급 분배 요구가 확산될 경우 기업의 비용 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 역시 전동화 전환과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투자가 본격화되는 국면에 들어선 만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투자 재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성과 공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고정 비율 중심의 과도한 요구가 확산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 논쟁이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투자와 성장 전략을 둘러싼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 공유 자체는 필요하지만 최근처럼 고정 비율 중심의 요구가 확산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구조를 유연하게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며 “결국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 논쟁이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 투자와 성장 전략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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