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올해도 근로시간 단축 건의 전망
반도체·철강·조선 등 주요 제조기업 '초긴장'
올해 산업계 가장 큰 협상 악재 작용 가능성 ↑

▲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앞둔 가운데 '주 4일제', '주 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 안건을 놓고 산업계의 반대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강성 노조'로 꼽히는 국내 완성차 노조 또한 이번 임단협에서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어 올해 노사협상 과정에서 역대급 진통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한국GM한국사업장(한국GM), 르노코리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오는 6월 대통령 선거 이후 올해 임단협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맏형격인 현대차의 경우 대선 이후인 6월 10일 이후 상견례를 갖고 임단협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 노조들이 당초 예정돼있던 5월이 아닌 6월부터 임단협에 나서는 것은 오는 6월 3일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에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임단협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임단협에선 주 4.5일제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주 4.5일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 4.5일제를 거쳐 장기적으로 주 4일제를 추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주 4.5일제 추진 및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등 유연근무제를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에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달 발표한 '직장인 정책 발표문'에서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확실한 지원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주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주 4일제, 주 4.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완성차 업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주 4.5일제를 안건으로 올릴 전망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주 4.5일제는 주 4일제로 가는 현실적 다리이자 변화의 첫 단계"라며 "올해 임단협에서 4.5일제를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을 이끄는 금속노조의 '큰형님' 격인 현대차 노조 또한 올해 임단협에 같은 안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 일각에서는 주 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지난해 단체교섭에서도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시행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반도체·철강·조선·석화 등 산업계 전반에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사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종 특성상 공장 근로자가 많은 제조업계는 생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 미국의 관세 등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일부 정치권과 노조의 목소리는 시기상조"라며 "고임금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할 일은 줄이고, 신규 인원은 계속해서 채용하는 동시에 기존 인력은 정년 연장으로 오래 남아있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발주가 급증한 조선업계와 방산업계 등에선 주 52시간 근로 규제로 발이 묶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간·주말 작업이 제한돼 생산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커녕 유연근무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주 4.5일제 도입 등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겠다고 한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노조가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민주당과 선제행동을 벌인 것은 업권별 노사 양극화를 커지게 만드는 협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와 정부 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일 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고령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라며 "주 4.5일제는 노사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달라"라고 건의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도 모든 기업에 주 4일제, 주 4.5일제 등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근로시간은 줄고 임금은 똑같다고 한다면 시간당 임금이 올라가 연장·야간수당이 오르고, 부대비용도 오른다"라며 "정부 재정도 필요한데, 재정 지원이 얼마나 투자돼야 할 것인가 고민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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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앞둔 가운데 '주 4일제', '주 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 안건을 놓고 산업계의 반대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강성 노조'로 꼽히는 국내 완성차 노조 또한 이번 임단협에서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어 올해 노사협상 과정에서 역대급 진통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한국GM한국사업장(한국GM), 르노코리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오는 6월 대통령 선거 이후 올해 임단협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맏형격인 현대차의 경우 대선 이후인 6월 10일 이후 상견례를 갖고 임단협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 노조들이 당초 예정돼있던 5월이 아닌 6월부터 임단협에 나서는 것은 오는 6월 3일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에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임단협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임단협에선 주 4.5일제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주 4.5일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 4.5일제를 거쳐 장기적으로 주 4일제를 추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주 4.5일제 추진 및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등 유연근무제를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에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달 발표한 '직장인 정책 발표문'에서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확실한 지원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주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주 4일제, 주 4.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완성차 업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주 4.5일제를 안건으로 올릴 전망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주 4.5일제는 주 4일제로 가는 현실적 다리이자 변화의 첫 단계"라며 "올해 임단협에서 4.5일제를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을 이끄는 금속노조의 '큰형님' 격인 현대차 노조 또한 올해 임단협에 같은 안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 일각에서는 주 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지난해 단체교섭에서도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시행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반도체·철강·조선·석화 등 산업계 전반에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사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종 특성상 공장 근로자가 많은 제조업계는 생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 미국의 관세 등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일부 정치권과 노조의 목소리는 시기상조"라며 "고임금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할 일은 줄이고, 신규 인원은 계속해서 채용하는 동시에 기존 인력은 정년 연장으로 오래 남아있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발주가 급증한 조선업계와 방산업계 등에선 주 52시간 근로 규제로 발이 묶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간·주말 작업이 제한돼 생산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커녕 유연근무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주 4.5일제 도입 등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겠다고 한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노조가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민주당과 선제행동을 벌인 것은 업권별 노사 양극화를 커지게 만드는 협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와 정부 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일 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고령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라며 "주 4.5일제는 노사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달라"라고 건의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도 모든 기업에 주 4일제, 주 4.5일제 등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근로시간은 줄고 임금은 똑같다고 한다면 시간당 임금이 올라가 연장·야간수당이 오르고, 부대비용도 오른다"라며 "정부 재정도 필요한데, 재정 지원이 얼마나 투자돼야 할 것인가 고민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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