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철강업 악화일로인데...현대제철 민노총 노조, '무분별 파업'에 산업경쟁력 훼손 우려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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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시황이 악화일로 걷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노조는 당진 공장에 이어 순천 공장에서도 파업을 실시했다. 이에 회사는 경영정상화까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대제철과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임단협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좀처럼 매듭이 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조는 현대차 계열사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더 이상의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맞서면서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다만 노조의 파업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 시황의 앞길이 흐릿한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조가 호실적을 기록한 다른 계열사와 같은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한 때, 소모적인 싸움이 지속된다면 결국 피해는 회사를 포함한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은 자명하다는 시각이 커진다.


당진 이어 순천공장도 부분파업 돌입 …냉연생산 차질 불가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민주노충 광전지부 지회는 지난 6일부터 이틀 간 순천공장 1CGL(용융 아연 도금 라인), 2CGL, 3CGL 설비에서 하루 8시간씩 부분 파업하기로 의결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은 냉연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생산 규모는 200만톤이다. 냉연강판은 주로 자동차와 가전제품, 산업용 기계 및 장비 등에 쓰이는 산업 필수재다.


현대제철 측은 "성과급 관련 실무교섭 중 의견 차이로 인해 노조가 부분 파업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1월 22일 당진공장 냉연 생산라인 가동도 하루 멈춰 세운 바 있다.


이에 사측은 지난 2월 24일부터 현재까지 당진제철소 내 냉연공장이 있는 압연 설비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 조치로 대응했다. 현대제철이 직장패쇄를 결정한 것은 1953년 창립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천공장 부분 파업까지 더해지니, 현대제철의 냉연강판 생산라인이 '올 스톱' 상태에 직면한 모양새가 됐다.


현대제철의 냉연강판 생산라인은 당진(연산 400만톤)과 순천(200만톤)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두 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냉연강판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산업용 기계 제작에 쓰이는 산업 필수재다.


노사가 강대강 대치를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노조의 임단협이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상견례 이후 단체교섭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교섭에서 경영 성과금과 독려금, 생활안정 지원금을 더해 기본급 400%와 10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는 앞선 교섭안보다 500만원 인상된 수준이다.


그러나 노조는 그룹사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교섭안을 거부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모두 마무리했다. 현대차는 기본급 500%에 1800만원을 지급했고, 현대위아는 기본급 400%에 1700만원(주식 포함)을 지급했다. 현대트랜시스는 기본급 400%에 1320만원을 지급했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성과급 지급 수준도 계열사 중에서도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는 현대차그룹 내에서의 차별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물론이고 현대위아와 현대트랜시스 등에 비해서도 현대제철의 성과급이 적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中 저가공세에 美 관세까지...바람 잘 날 없는 韓철강, 노조 파업 명분 있나


현대제철 열연강판


다만 현재 철강업계의 시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시밭길 전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의 파업의 명분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철강불황에 전년 대비 60% 쪼그라든 31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직원 성과급 지급 비용까지 추가로 반영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이 날아간다고 한다.


현대제철의 실적 악화 주요인은 중국산 수입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 제조업체들은 과잉 생산으로 인해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을 우리나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은 국내 시중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보니, 국내 업체들의 철강 판매 경쟁력이 약해져 이익률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현대제철은 긴축경영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부터 포항 2공장을 축소 운영 중이다. 현재 포항 2공장의 제강 및 압연 공정 모두 기존 4조 2교대 체제에서 2조 2교대로 전환한 상태로, 제강 공정에서 쇳물만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에는 오는 14일까지 포항공장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이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지난 2022년 2월에 이은 3년 1개월여 만의 조치다.


이같이 철강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역 위기감도 커졌다. 철강업계의 경영난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산업 자주권 상실은 물론 지역 침체·일자리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철강업계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저가 수입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이다


반덤핑은 싸게 들어오는 물건에 대해 관세를 붙여 국내에서 비싸게 팔도록 하는 제도로, 무역 시장 교란 방지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이에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산 후판에 우선적으로 27.91%~38.02% 범위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종 판정 전 국내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로, 기재부가 1개월 내 잠정 조치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관보 게재 등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1~2개월 내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강판으로 조선업에 주로 쓰이는 철강재다. 산업부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착수한 상태다.


다만 관세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업계는 자구책도 서둘러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전략 제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용을 줄이거나 회사 체질 개선 등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이달 12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수출 여건이 악화될 우려도 커지는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미 철강 수입 시장 점유율은 9.7%(2024년 기준·미 철강협회 기준)다. 이에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미국 내 철강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내 공장이 세워지면 고율 관세 부담을 피하면서도 현대·기아차의 미국 공장에 안정적으로 강판을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 '상생의 길' 마련하기 위해선


 


이처럼 단순 제품산업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 시황의 앞길이 흐릿한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조의가 호실적을 기록한 다른 계열사와 같은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도 지난달 25일 임직원 담화문을 통해 :회사가 지급 여력을 넘어서는 겅과금을 제시했음에도 노조가 파업을 지속해 경영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파업이 회사의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수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노조 역시 할 말은 있다. 그동안 철강 산업이 호황이고 자동차 산업에서 영업이익이 저조했을 때는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임금이 동결됐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또한 불법적으로 무력 행사를 한 것도 아니고 정당한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운운한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고도 강조했다.


노조의 입장도 이해되는 면이 있지만, 우선 대내외 악재가 사그러들어야 노조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 악화 주범인 중국 제품의 반덤핑 제소 결과와, 올해 시황의 불안요소인 트럼프 관세의 추후 향방이 정해질때까지, 파업을 잠정 중단하는 것이 올바른 노사 상생일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 때, 소모적인 싸움이 지속된다면 결국 피해는 회사를 포함한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지 않을까.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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