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평군 공무원 유서에 적힌 “짜여진 각본·반말·회유”… 특검 강압수사 의혹 정면폭발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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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검과 양평군청 공무원 A씨의 메모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은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양평군 공무원 A(57)씨가 남긴 유서에서 특검의 강압·회유성 조사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에는 “짜여진 각본에 따라 거짓 정보가 조서에 적혔다”는 내용과 함께, 특정 진술을 유도받고 압박을 느꼈다는 기록이 반복돼 특검 수사 방식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언론과 전국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A씨의 유서는 일기·편지 형식으로 총 21장 분량이다. 이 중 9장은 지난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특검 조사 과정에서 겪은 상황과 정신적 고통을 상세히 기록한 부분이다. A씨는 해당 개발 부담금 업무 담당자로, 2011~2016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돼 특검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유서에서 한 수사관이 자신을 조사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김선교(당시 군수, 현 국민의힘 의원)가 시킨 거라고 말해라”고 요구했다고 적었다. A씨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하자, 수사관은 반말로 “안 되겠네”라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른 수사관은 특검법을 설명하며 “협조하면 고발자는 죄를 감면받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유서에는 “몇 번이나 회유하고 강압적으로 대한다”, “다른 사람이 들어와 계속 협조하라고 한다”, “짜여진 각본에 넘어가는 것 같다” 등 압박감을 호소하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A씨는 심야조사에서 수사관들이 교대로 들어와 끊임없이 다그쳤다고 기록했다. 유서에는 “수사관이 미리 조서를 작성해 둔 것 같다”, “조서 마지막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까지 적혀 있어, 이미 짜여진 진술에 맞추도록 유도받았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조사 후 A씨는 “시나리오에 당한 것 같다”, “잘못된 진술이 머릿속에 계속 남는다”, “죽어야 벗어날 것 같다”고 남겼다.


A씨는 앞서 2021년부터 1년 6개월간 경찰 조사를 받았고 2023년 5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동일 사안을 재조사하면서 그는 “별일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변호인 없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혼자서 3명의 조사관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고 공무원노조는 전했다.


특검은 논란이 커지자 자체 감찰을 실시했지만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에 반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일 특검 수사관 1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의 판단은 특검의 감찰 결과와 정면으로 갈리며, 향후 특검 수사 방식 전반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1일 비공개 전원위원회를 열고, A씨 조사에 관여한 특검 파견 경찰관 2명과 A씨 변사 사건을 수사한 양평경찰서 경찰관 2명,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 등 총 6명을 출석시켜 의견을 들었다. 인권위법은 피조사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 파견 경찰관들은 지난달 24일 첫 회의에는 불출석했지만, 1일 회의에는 4명 중 2명이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점을 직접 설명하겠다”며 출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되려 인권위원들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며 반박한 정황이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인권위원들에 따르면, 한 인권위원이 해당 경찰관에게 “A씨 조사 당시 공범 여부를 추궁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이 경찰관은 즉각 목소리를 높이며 “위원님의 질문 자체가 우리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다른 인권위원이 “사실 확인을 위한 질의인데 무엇이 인권침해냐”고 묻자, 이 경찰관은 오히려 “어쨌든 위원님들의 질문이 인권침해”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또 인권위원들이 A씨 유서에서 드러난 ‘언성 높이며 추궁’ 의혹을 확인하려 하자, 한 경찰관은 “방음이 잘 안 돼 그런 것”이라며 부정했다가, 이후 답변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며 “이 정도를 큰소리라고 하면 수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인권위원은 “유서 내용과 특검 자체 감찰 결과가 부합하는 부분이 있는데 설명하라”고 요구했지만, 경찰관은 “그런 일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번 정황이 알려지자 인권위 내부에서도 “조사 대상자가 되레 인권위 질의에 적반하장으로 대응했다”는 말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미 특검 파견 경찰관 1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A씨 유서에서 드러난 반말·압박 조사·지목 진술 강요·조서 선(先)작성 의혹·심야조사 등 정황은 특검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이미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 특검에서 다시 조사가 시작된 뒤 극단적 선택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 방식 전반에 대한 비판은 향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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