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판사 탄핵' 압박에 숨죽이는 법관들…법조계 "개탄스럽다"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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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재판부 탄핵까지 언급 '설상가상'


대법원 @대법원 홈페이지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서울고법으로 넘어가면서 첫 공판 기일이 정해지자 민주당은 '판사 탄핵' 카드를 내세워 사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사법부 관련 현안마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법관대표회의가 이번 사안에서는 침묵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국 법원의 판사 대표자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사법부와 관련된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서부지법 난동 때에는 사건 발생 3일 만에 임시 회의를 열어 "재판을 이유로 법원을 집단적·폭력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가 이 후보의 재판 일정을 공개하자 민주당은 "재판을 미루지 않으면 조희대 대법원장과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탄핵하겠다"고 압박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성을 포기했다는 비판까지 일었지만 오히려 현직 판사가 공개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김주옥 부장판사는 7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올린 게시글에서 "개별 사건의 절차와 결론에 대하여 대법원장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있느냐"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재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 있거나, 적어도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낙선시킬 수 있다고 믿었기에 사법부의 명운을 걸고 과반 의석을 장악한 정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와 승부를 겨루는 거대한 모험에 나서기로 결심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라며 "독선과 과대망상에 빠져 안이한 상황 인식으로 승산 없는 싸움에 나선 대법원장과 이에 동조한 대법관들의 처신이 정말 실망스럽다"고 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노행남 부장판사도 같은날 '이러고도 당신이 대법관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노 부장판사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전직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당시에도 아무런 입장을 나타내지 않다가 그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발표했을 때에야 비로소 '사법부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참으로 본인 입으로 하기 민망한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청주지법 송경근 부장판사,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도 코트넷에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이 법원에 정치적인 폭력을 가해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데, 이를 막아야 할 법관대표회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법관대표회의 자체가 정치적 단체가 돼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판사들조차 민주당의 사법권 침해에 제동을 걸지 않는데 누가 나서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민일영 전 대법관은 7일 조선일보에 "법조계와 관련 단체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침묵하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했다.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은 "재판을 빨리 하겠다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있느냐. 법조 단체들이 민주당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어째서 논리적으로 반박·비판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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