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안 참사로 본 지방 공항 실태(上)] "무안, 아시아나 거점공항" 이재명 대선공약 재조명 … '정치공항' 전면 재점검해야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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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과거 아시아나항공 거점공항 무안공항 이전 추진

문재인 정부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전형적인 표심 공략용"

선거철이면 나오는 신공항 추진 재탕 정책에 피로감 호소

"'정치공항' 남발…신공항들의 경제성·안전성 재검토 필요"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전남 무안=서성진 기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정치공항'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무안공항과 관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대선 공약이 재조명되고 있다.


무안공항을 사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거점공항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던 2022년 대선 공약이다. 여권에서는 공항의 존폐 여부를 포함해 대구경북신공항을 비롯해 가덕도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등 신설 공항들의 안전성 문제를 차제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모두가 사고 원인 규명과 유가족 위로, 사고 수습과 안전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용객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우리 정치권에서도 무안공항의 운영 능력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수습 대책 마련이 우선이지만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무안공항의 문제점 등을 언급하며 사실상 존폐 여부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안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개항했다. 무안공항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돼 추진됐고 '리틀DJ'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업을 주도해 '한화갑 공항'으로도 불렸다.


무안공항은 개항 전 비용 대비 편익이 1.45로 경제성이 있다고 예산을 탔지만 2004년 감사원이 다시 계산한 경제성은 0.49에 불과했으며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제 수요 예측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87년 체제 이후 선거 때마다 남발 된 전형적인 '표심 공략용' 정치공항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안공항은 또한 매해 활주로 이용률이 전국 꼴찌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누적 순손실이 1000억 원을 웃돌 만큼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2년에는 '고추 말리는 공항', '무인(無人)공항'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이용객이 없어 활주로에서 주민들이 고추를 말리는 장면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안공항이 선심성 공약으로 건설된 '정치공항' 폐해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이번 사고 또한 태생적 한계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짧은 활주로 길이와 조류 충돌 가능성, 공항 운영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견해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참사 하루 뒤인 30일 한국공항공사가 이연희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평소 조류 출몰이 잦은 데 반해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은 총 4명으로 전국 14개 지방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 가운데 하위권인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공항에서 기체와 조류가 충돌할 위험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무안공항이 철새도래지 인근에 있어 항공기 이착륙 시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원 4명은 3조 2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사고 당시에는 야간조 인력 1명과 주간조 인력 1명이 교대하면서 조류 퇴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함께 예방 설비 부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의 박용갑 의원실에 따르면 무안공항에는 '버드 스트라이크' 탐지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 등 2종의 설비 모두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 하네다 공항의 경우 2012년부터 조류 탐지 레이더를 운영 중이며 미국 대부분 공항에서도 탐지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공항의 짧은 활주로 문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김포공항은 3.6km, 김해공항 3.2km, 제주공항은 3.18km인 반면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2.8k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무안공항은 2022년부터 활주로 길이를 3.16km로 연장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 공정률은 7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활주로 연장 사업의 속도가 붙지 않는 것은 정부의 예산안을 둘러싼 야당발(發) 정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을 위한 내년도 예산을 74억5000만 원에서 106억 원으로 확대 편성까지 했지만 야당 주도의 감액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증액은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정치권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2022년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선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거점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 대표의 공약이 재조명되면서 정치권의 '표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거점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지만 항공사의 거점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옮기면 국제선과 국내선 출발·도착이 서울과 가까운 인천국제공항 또는 김포공항이 아닌 무안공항에서 대부분 이뤄지게 된다.


이 대표의 대선 공약대로 라면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무안공항으로 가야 하는 셈이 되는데 당시에도 이 대표가 경제 수요 등을 고려하는 대신 호남 표심을 의식해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 논리로 만든 공항의 문제가 결국 탑승객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신설 중인 지방 신공항의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자성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은 정치공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초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명목으로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가 2016년 '김해공항 확정' 결론이 나면서 폐기된 사업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객관성 확보를 위해 프랑스 전문 기업에 사업 평가를 의뢰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최종 결과에서 밀양, 김해를 포함한 3개 지역 가운데 최하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이슈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부활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예비타당상 조사 및 사업비 추산 과정을 모두 생략하며 '특별법'까지 만들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선거 전략 차원에서 '이심전심'으로 편승했다.


공사비만 10조5000억 원에 달했던 가덕도 신공항은 4차례나 유찰을 거듭하다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대규모 공사에 입찰자가 없다는 점은 이례적인 일로 지적 받았다. 이 때문에 지역 사회 등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 초기부터 제기된 안전, 재해 등 변수를 검토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해야 경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남발 된 공항 건설 공약이 치적 쌓기용, 선거용은 아니었는지 정치권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영국 공군 출신의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David Learmount)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활주로 끝에서 200m도 채 안 되는 곳에 단단한 구조물이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안공항에 따르면 공항 측은 지난해 여객기 활주로 진입을 돕는 일종의 안테나인 '로컬라이저'를 교체했는데 여객기는 이 구조물과 충돌한 뒤 외벽에 부딪히면서 두 동강이 났고 불길에 휩싸였다.


박상수 국민의힘 인천 서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번 사고는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이 결합돼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신속한 사고 조사와 제도 및 시설 개선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무엇보다 일반적 수준의 오버런 사고에도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콘크리트 둔덕 로컬라이저는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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