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탈북어민 강제북송 1심 유예, 납득 어려워...北주민도 韓국민"

2025-02-22
조회수 1101
■ 전문가·시민단체 "판결 바로 잡혀야" 한목소리...진정서 등 대응 방침


법원, 피고인들 '위법 행위' 인정하면서도...'이례적 상황' '법률 없었다' 옹호

법학 교수들 "국가 존립목적, 국민인권 보장 위한 것...상급심서 바로잡혀야"

"국내법 같은 효력 고문방지협약 의하면 고문받을 위험있는 나라 송환 안돼"

북한인권 이사장 "피고인들은 반인도범죄 공범격...여론 환기 나설 필요 있다"

"현행 헌법·법령 의해 얼마든지 탈북민에 대한 사법체계가 가동할 수 있는 것"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7일 강제북송한 탈북 어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 측에 송환되는 모습.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판문점에 도착한 이들 중 한 명이 상체를 숙이고 안간힘을 쓰다 옆으로 쓰러지자 정부 관계자들이 강제로 일으키는 모습, 안 가려고 버티는 어민을 우리 측 군인들이 끌어당기는 모습 등이 보인다. /통일부


최근 대한민국 법원이 탈북 어민들을 강제북송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고위 관리들에게 1심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한국의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상급심 판결에서 이번 판결이 바로 잡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는 지난 19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번 1심에서 정 전 실장, 서 전 원장은 징역 10개월의 선고가 유예됐고,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은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선고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하지만 정도가 가볍거나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으로, 재범 등의 사고 없이 2년 유예 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가 면해진다. 


이번 1심 재판부는 일단 당시 탈북어민들의 법적 지위가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한다는 점, 어민들이 보호신청 의사를 수차례 표시했다는 점, 강제북송으로 기본권 침해를 입었다는 점 등은 수용했다. 또한 흉악범죄를 저지른 탈북어민들을 한국 국민으로부터 격리하고 한국 국민을 보호하려고 했다는 정 전 실장 등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위법한 행위에 이르렀다"면서도 "분단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됐고 법적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과 공백'이 도처에 산재해있다. 이례적인 상황에 맞닥뜨려 합리적인 정책판단을 하지 못한 데 따라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더불어 "탈북어민들이 저지른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가 배경으로 보인다"며 "2019년 당시 탈북민 선원들에게 적용할 법률이나 지침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가 배경으로 보인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정상적인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아무런 사실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이어 "피고인들이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린 정책적 판단'이라고 했는데, 국가의 존립 목적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 주민도 한국의 국민이다. 향후 상급심 판결에서 잘못된 부분들이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 대법원 판례 등은 북한 주민이 한국 국민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의하면 송환됐을 경우에 고문을 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에 송환해서는 안 된다. 인권과 법치주의라는 관점을 생각해보면 재고가 필요하고 2심, 대법원에 가면 교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심 재판을 방청했던 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도 "재판부 판단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정 전 실장, 서 전 원장 등 피고인들은 북한 반인도범죄의 공범격이다. 북한인권 시민단체들이 고등법원 진정서 제출 등 여론 환기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헌법과 법령에 의해 얼마든지 탈북민에 대해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가 가동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 고등법원에 올라갈 것인데 거기에 진정서라도 내야 한다. 우리 단체들도 그렇고 뜻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곽성규 기자

출처 :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0
안보 주간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