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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찬양 논란 ‘내 친구 김정은’ 간행물윤리위 “유해물 아냐”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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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예의바른 개혁자’ 하노이 노딜 ‘美트럼프 탓’

탈북인 “한국사회는 감시사회” “김정은 독재자 아냐”

‘反체제 소지 다분’해도 간행물윤리위 “문제 없어, 심의 종료 ”


 

▲ 지난해 7월 발행된 '내 친구 김정은'에는 대한민국 주적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미화(왼쪽)하는 모습과 보수당 대통령을 직함 없이 이름으로 부르는 모습 등이 담겨 있어 정치 편향 논란이 일었다.  

 

북한 체제 찬양 의혹을 빚어 반국가 불온서적 논란을 빚고 있는 ‘내 친구 김정은’이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주적 북한과 이의 지도자 김정은을 대변 및 옹호하는 내용으로 가득하여 ‘유해 간행물 소지’가 다분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으나, 한국간행물윤리위는 ‘유해간행물 심의’ 이후 ‘문제가 없는 출판물’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4일 스카이데일리가 확인한 ‘내 친구 김정은’은 지난해 7월 출판사 이숲에서 김금숙 작가가 2년 동안 문재인 전 대통령과 언론인 및 탈북인 등을 취재한 후 김정은 탄생·유년기·지도자 시절 등을 종합하여 그린 만화책이다. 

 

김 작가는 지난해 6월 ‘서울국제도서전 대담’에서 책을 소개하며 “ 분단과 평화에 주목해 김정은을 중심에 둔 만화를 그린 것”이라면서도 “사람들이 제목과 표지만 보고 협박조로 나오기도 하고, 북측과 남측 양쪽에서 협박받는 기분이라 무섭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작가의 주장과 달리 책 내용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반하는 내용이 곳곳에 노골적으로 포함됐다.

 

책에는 전직 대통령 문재인씨와 김금숙 작가와의 대담 내용이 주로 들어갔는데, 문씨는 김정은에 대해 “우리한테 보여준 모습은 아주 솔직하고 예의가 발랐다” “항상 연장자, 즉 어른 먼저 배려하는 태도가 김정은 위원장뿐만 아니라 이설주 여사까지 몸에 뱄다 싶을 정도로 깍듯했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김정은을 친숙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 지난해 7월 김금숙 작가가 2년 동안 문재인 전 대통령 및 탈북인 등을 인터뷰하여 집필한 만화 책 '내 친구 김정은'의 표지.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문씨는 2019년2월27일 김정은이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원했던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지 않고, 핵보유국을 고집하여 제2차 하노이회담 등이 결렬된 것을 두고도 북한 편을 든다. 문씨는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를 원했으나 미국 트럼프행정부 측 강경론자들이 북한의 전면적 핵 폐기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꼬집으며 하노이 노딜을 미국 탓으로 돌린다. 

 

문씨는 “미국은 빅딜, 북한의 전면적 핵 폐기를 요구했고 그 부분이 미국의 ‘오판’이었던 것” “적게는 60%, 많게는 80%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지한다고 했을 때 미국이 이를 잡아 기술자들이 함께 폐기 작업을 했으면, 남북 관계 비핵화 북미 관계가 좋아졌을 텐데, 하노이회담 당시 대선을 앞둔 미국 내 정치 상황 때문에 (존) 볼턴과 사람들의 강경한 반대로 인해 결국 ‘네오콘’ 벽에 가로막힌 트럼프가 그걸 돌파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판문점과 북한 평양에서 각각 만났을 당시를 회상하며 그를 예의바른 청년 등으로 묘사한 모습(왼쪽)과, 1945년 해방 이후 신탁통치 찬성으로 돌아섰던 공산주의자들의 국가관이 담긴 책의 맨 마지막장의 모습. 

 

북한 체제 긍정 부분도 다수 포착됐다. 김 작가는 탈북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만화로 그려넣었다. 흥미로운 점은 탈북인들도 한국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북한 체제를 옹호한다는 것이다. 남성 탈북인은 “탈북인들은 오래 살수록 왜 오래 사는지 한국 사회에서는 계속해서 감시한다”라며 한국 정부를 불신했다. 북한 체제를 치켜세우는 여성은 “김정은은 나라를 제대로 만들려는 것. 서민들은 잘 모르겠으나 지식인이나 중산층은 그게 보인다”라고 한다. 

 

북한 독재체제도 부정한 그는 “그가 개혁하고 싶어도 그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이 독재국가여도 김정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반발하는 기득권 보수들 때문으로 김정은이 그들을 없애는 것” “누구 총살했다. 청산했다. 그런 소리가 들리는 이유가 김정은이 개혁을 많이 하고 싶어 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미국과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북한과 김정은을 대변하는 내용이 곳곳에 노골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문씨’는 책 내에서 ‘대통령님’으로 지칭되지만 보수 정부였던 MB·박근혜정부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로 적히며 노골적 정치성향이 두드러진 부분이다.

 

‘한국군의 뿌리’를 쓴 김세진 작가(예비역 육군소령)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주목했다. 1945년 신탁통치를 찬성했으면 남북이 분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작가는 “해방 이후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이 ‘신탁통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갑자기 돌아서며 갈등이 심화했다”며 “이런 내용의 책도 마음껏 자유롭게 출판해서 유통할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이라고 평가했다.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유해간행물' 심의 기준에 제2조에 자유민주주의체제 전면 부정 및 청소년유해간행물심의기준에 '역사적 사실 왜곡 혹은 존립 기본 체제 훼손 우려' 등을 적시해놨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책의 유통 부분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에 “‘내 친구 김정은’은 ‘유해 간행물 심의 기준’에 해당할 것 같다”며 “현실적인 제재 방법으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 신고하여 심의를 받아 보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간행물윤리위는 ‘유해 간행물’을 심의하고 있는데, 교수가 제시한 기준은 판단 기준은 두 가지다. 제2장 1.가(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를 전면 부정하거나 체제 전복 활동을 고무하거나 선동하여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 or 제3장 2.자(국가와 사회 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 유해도 또는 청소년 유해도서라는 것이다.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내 친구 김정은'을 유해간행물로 신고받은 후 심의위를 꾸려 심의 후 문제 없는 도서로 8월 판정했다. 재심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신규 심의 신청이 되더라도 재심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관계자 답변이 나왔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다만 신규 유해간행물 신고를 하더라도 심의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간행물 윤리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해당도서의 유해 간행물 심의했으나, 문제없는 도서로 판단됐다. 심의가 끝난 도서에 대해서는 신규 심의 신청을 하더라도 심의위가 다시 꾸려지지 않는다. 방법은 재심의 기간 내에 신청자가 다시 신청하는 것인데, 이 도서는 재심의 기간이 끝났다”고 했다.

 

이에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 김정은’은 문씨가 대표로 있는 경남 양산 평산책방을 비롯해 전국 책방에서 현재에도 판매되고 있다.


 

장혜원 기자hyjang@skyedaily.com기자페이지 +

출처 :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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