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납북자 가족들, "납북 가족들에게 소식지 보내는 것도 막나?"

2024-11-08
조회수 218


시민단체-야당-경기도의 대북 전단 살포 저지에 항변....활동비 내역도 공개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최성룡(오른쪽)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를 찾아가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직업이 있습니까?”


지난 10월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경기 의정부을)이 박상학(56)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게 대뜸 물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 의원은 “부지사를 할 때, 내가 백수가 되면 전단 살포해서 먹고 살려고 생각했다. 돈벌이가 되더라”라고 비꼬았다.


일주일 뒤,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룡)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납치된 가족에게 소식지를 보낸다”며 북한을 향해 전단을 날려 보내려다 인근 주민, 경기도 등으로부터 저지당해 물러났다. 최성룡 대표는 이날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정치권이 납북자 문제에 대해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최 대표는 '전단살포가 돈벌이가 된다' 라고 한 이재강 의원의 주장 등과 관련, 지난 5일 통화에서 “우리는 대북 전단을 보낼 때 절대 외부의 후원금을 받지 않고 있으며 납북자가족모임에 있는 납북자 가족들이 1만~10만원씩 모아서 비용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24년 10월 3일부터 같은 달 말일까지의 후원금 통장 입출금 내역을 제공했다. 마지막 입금 기록은 17만1000원으로 기재돼 있으며 통장 잔액은 39만8001원이다.



최 대표는 “납북된 부친이 국가 유공자인데, 다른 국가 유공자들이 도와주겠다고 계좌 번호를 물어도 절대 후원을 받지 않는다”며 “납북자의 어머니가 경기도에 살고 있는데, 이런 분들이 1만~10만원씩 십시일반(十匙一飯)해서 소식을 전하는 데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일부 납북자대책팀에 통장 내역을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이 관계자는 “(납북자가족모임 측으로부터) 회계 관련 보고를 계속 받고 있다”며 “적절히 집행됐는지 매월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또 “우리는 납치된 가족에게 소식지를 보내려는 것”이라며 “탈북민 단체에서 보내는 대북 전단과도, 다른 단체들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날리려던 소식지엔 납북자 7명의 이름(김영남, 요코타 메구미, 최승민, 최원모, 이민교, 이명우, 홍건표)과 납북 일자, 납북 장소, 평양 시민 명부에 기재된 주소, 생년월일 등과 함께 남측에 남아있는 이들의 가족들 근황이 적혀 있었다. 납북자가족모임 측이 북한으로 보내려던 소식지 내용 일부를 발췌했다.


<우리는 호소합니다. 우리 가족들을 돌려 달라.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려 달라. 남북이 마주앉아 납북자, 국군 포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김정은은 즉각 우리 가족들을 고향으로 돌려 보내라. 우리 가족과 동포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가족들은 희망을 갖고 끝까지 살아남길 빌고 있습니다. 동포 여러분, 주변에 이러한 납북자와 국군 포로들의 소식 및 생사 여부를 알려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중국을 통해 아래 주소로 연락하시면 기꺼이 사례하겠습니다.>


북한이 오물 풍선과 대남 굉음 방송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어 군사 분계선 접경 지역 주민들의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데다가, 군사적 긴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최 대표가 굳이 대북 전단을 보내려 한 이유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박근혜 정부 이후 한 번도 대북 전단을 날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납북자들의 가족들은 ‘최후 수단’으로 대북 전단을 날리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최성룡 대표 측은 10월 1일 통일부에 한국인 납북자 여섯명(김영남, 최원모, 이명우, 이민교, 최승민, 홍건표)의 생사 확인을 요청했고, 그로부터 사흘 뒤 통일부는 북한으로부터 회보서를 받아 그 내용을 통지했다. 북한 측 회보서에 따르면 김영남씨가 생존했다는 것 외에 나머지 다섯명의 생사에 대해선 “확인 불가능”이다.


최성룡 대표는 “저도 70대이고, 납북자들의 어머니 두 명은 벌써 아흔이 넘었다”며 “생사라도 알기만을 바라는 게 잘못인가. 자국민 보호를 받지 못해 생긴 일인데 대체 누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느냐”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소식지를 보내는 건 우리의 권리이고, 이번에 만든 소식지 10만장은 꼭 북한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납북자가족모임 측은 지난 1일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라는 이름으로 옥외 집회 신고서를 파주경찰서에 제출한 상태다. 개최 일시는 이달 4일부터 30일까지이며 장소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임진각이다.


반면 새미래민주당(대표 전병헌)과 시민 단체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은 납북자가족모임 측이 대북 전단을 날리려 했던 지난달 31일, 최성룡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등을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대북 전단 살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서엔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의 경우에는 2024년 10월 31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한 상태이며, 이로 인하여 접경 지역의 주민들은 다시한번 공포와 긴장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고 적혀 있다.


새미래민주당과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측은 이어 “북한은 김정은의 독재 체제하에서 대한민국에 오물풍선을 날리고 무력 도발을 하는 등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예측불허의 행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북한에 대하여 피신청인들은 위선적인 정의감에 휩싸여 무책임한 도발 행동으로 신청인들과 대한민국 일반 국민들을 위협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이날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 자체가 접경지역 주민들을 포함한 우리 국민의 두려움과 공포를 심화시키는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김양정 새미래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통화에서 “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전단 등 살포행위의 위법성은 인정하나 이에 대한 제재 수단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대북 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대북 전단 제재 자체가 위헌이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면서 “이번 가처분 신청은 임시 조치이고, 국회 다수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민생 법안을 서둘러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월간조선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0 0
안보 주간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