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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사라진 '외환보유액 순위'… 알고 보니 정부와 상의해 삭제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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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AI. 인터넷타임즈


한국은행이 25년 넘게 매달 공표해 오던 외환보유액 국가별 순위 발표를 전격 중단하는 과정에서 정부(재정경제부)와 사전에 비공식 협의를 거친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들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쓰면서 국제 순위가 이례적으로 급락한 직후 내려진 결정이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비공식 상의를 통해 불리한 통계를 숨기려 했다는 논란이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3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답변 자료에 따르면, 한은 국제국은 지난 9월 3일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국가별 순위표를 삭제하기에 앞서 재경부 측과 사전 상의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은은 제출 자료에서 "재경부와 수시로 업무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이번 보도자료 내 순위표 삭제의 경우에도 사전에 의견을 교환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순위 삭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대내외 공식 회의를 개최하지는 않았다"며 회의록이 남는 공식 절차가 아닌 비공식 채널을 통해 양 기관 간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부연했다.


한은이 월별 보도자료에서 외환보유액 순위를 제외한 것은 해당 제도가 도입된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삭제 타이밍이다.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지난해 12월 말 세계 9위에서 올해 1월 10위, 2월 12위, 5월 말 13위로 불과 5개월 사이에 네 계단이나 곤두박질쳤다. 2020년 1월부터 줄곧 8~9위를 유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매우 가파른 하락세였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한은이 달러를 풀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 순위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6월 말 기준 10위로 다시 반등했으나, 한은은 8월 말 보도자료부터 순위표를 아예 지워버렸다.


논란이 불거지자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는 공식 통계가 아닌 단순 부표"라며 "순위 변동이 국가 펀더멘털(기초체력) 변화로 잘못 해석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부서장(국제국장)의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각국 중앙은행 웹사이트에서 개별 조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나 시장 참가자들이 비회원국인 대만을 포함해 각국의 공시 시점이 다른 통계를 일일이 수집해 순위를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은 역시 이러한 단점을 인식해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주요국 외환보유액 입수 대상국을 확충하는 보완책을 뒤늦게 검토 중이다.


정치권은 한은과 정부의 깜깜이 통계 행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매달 외환보유액 순위 공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종욱 의원은 "외환보유액 순위가 급락하자 25년 넘게 국민에게 제공해 온 자료를 공식 회의 절차도 없이 보도자료에서 지워버렸다"며 "한은과 재경부는 삭제 경위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즉각 공표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은은 이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에서도 "향후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다시 보도자료에 수록할 계획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해, 향후 국정감사 등에서 정부 및 한은과 야당 간의 뜨거운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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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기자 hisns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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