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사진 한 컷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
“사진도 보도의 일부”라는 미디어의 기본 원칙 돌아봐야

연합뉴스 3장의 ‘그로테스크한 사진’ 사진을 ai를 이용해 제작. / ai=인터넷타임즈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은 정치인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한 공개적인 언론 행사다. 기자회견장에서 언론사는 통상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발언하는 모습, 정면 모습, 취재진과 질의응답하는 모습 등 다양한 컷 가운데 기사의 성격과 인물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고 적절하게 전달할 사진을 선택하는 것이 사진기자의 기본적인 업무다.
그런데 8월 31일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의 5·18 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다룬 연합뉴스 기사에 붙은 사진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연합뉴스는 이날 이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촬영해 기사에 게재했다. 사진 속 이 의원은 단상 앞에서 발언하고 있지만, 화면 왼쪽 상당 부분을 검은색의 거대한 실루엣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모습은 화면 한쪽으로 밀려 있고, 사진 전체에는 마치 누군가가 이 의원을 가로막거나 감시하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으로서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진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언론에서 사진은 기사 본문에 덧붙이는 장식물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의 기자회견 사진은 독자에게 해당 인물의 표정과 태도,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취재 결과물이다. 따라서 사진의 구도와 순간 선택은 독자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사진의 경우 이 의원의 얼굴이나 발언 모습 자체가 왜곡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화면 왼쪽을 압도적으로 차지한 검은 실루엣 때문에 사진 전체가 어둡고 위압적인 인상을 준다.
더구나 이 의원이 이날 발표한 내용은 상당히 민감한 정치적 쟁점을 담고 있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5·18 민주유공자의 명단과 공적 정보를 공개하고, 보상 심의 절차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이관하며, 유공자 등록 과정에서 국가보훈부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의무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5·18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정치·역사적 논쟁 가운데 하나에 대해 기존의 관행과 다른 문제 제기를 한 정치인의 기자회견이었다.
그런 기자회견에 굳이 화면 한쪽을 검은 그림자가 뒤덮은 사진을 대표 이미지로 선택해야 했는지는 충분히 문제 제기할 만하다.
“의도적인 선택이었나?”라는 의혹은 별개의 문제다
물론 여기서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할 부분도 있다. 사진 한 장만으로 연합뉴스 사진부나 특정 기자가 이진숙 의원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들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촬영 현장의 상황을 알 수 없고, 사진부가 몇 장의 사진을 촬영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해당 사진을 선택했는지도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지시를 받아 의도적으로 이런 사진을 골랐다”거나 “5·18 논란 때문에 일부러 기괴한 사진을 선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언론 보도 자체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연합뉴스가 설명해야 할 지점이 생긴다. 여러 컷 가운데 왜 하필 이 사진을 선택했는가. 다른 사진보다 이 사진이 기자회견의 현장성과 이 의원의 발언을 더 잘 전달한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촬영 당시 우연히 잡힌 장면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연합뉴스의 몫이다.
연합뉴스는 일반 언론사와 똑같은 책임만 지는 곳이 아니다
연합뉴스는 법률상 ‘국가기간뉴스통신사’다.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은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법이 뉴스통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면서, 정부나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보도할 때 의견이 다른 집단에도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정치적 이해당사자에 대한 편집에서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합뉴스의 사진 한 장은 일반 개인이나 특정 인터넷 매체의 사진 한 장과 무게가 다르다. 수많은 언론사가 연합뉴스의 사진과 기사를 받아 다시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이진숙 의원 기자회견 사진도 연합뉴스 사진이라는 출처를 달고 다른 매체에 재전송됐다. 한 번 선택된 연합뉴스의 사진이 사실상 수많은 독자의 ‘첫 화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 선택에도 기사 작성과 동일한 수준의 신중함이 요구돼야 한다.
‘5·18 성역화 논란’ 한가운데서 나온 사진이라는 점
이번 사진이 더욱 논란의 소지를 갖는 이유는 기자회견의 내용 때문이다. 이진숙 의원은 이날 “5·18은 성역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하며 유공자 명단과 공적 공개, 심사 절차 강화 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그것은 정치적 주장이다. 언론의 역할은 정치인의 주장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반대 측의 반론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사진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부정적인 정서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기사는 비판할 수 있다. 사설은 반대할 수 있다. 칼럼은 날카롭게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뉴스 사진은 가능하면 그 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특히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공급하는 사진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의도’보다 ‘결과’다
이번 일을 바라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음모론적 추측만도 아니고, 반대로 “사진 한 장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식의 무조건적인 무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독자에게 어떤 이미지를 전달했느냐다.
사진 왼쪽을 가득 채운 검은 형체는 이진숙 의원의 기자회견을 정상적인 기록사진이라기보다 한 장의 정치적 이미지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진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기자회견 내용보다 먼저 사진이 주는 불편하고 음울한 인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우연이었다면 더욱 아쉽다. 왜냐하면 전문 사진기자라면 화면 구성과 피사체의 비중, 배경의 방해 요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면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된다. 뉴스 사진이 정치적 편집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연합뉴스에 묻는다
연합뉴스 사진부에 묻고 싶다. 왜 이 사진이었는가? 8월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진숙 의원의 기자회견을 촬영하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이 사진만이 기사 대표사진으로서 적합했던 것인가.
이 의원의 얼굴과 발언 모습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진은 없었는가. 사진 왼쪽을 검은 실루엣이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는가. 인지했다면 왜 선택했는가.
이것은 연합뉴스를 공격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다.
연합뉴스 스스로도 공영성과 독립성, 공정성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관련 논의에서도 연합뉴스의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책임과 함께 공정성·독립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이번 사진 선택 역시 독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의 신뢰는 ‘한 컷’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
언론 신뢰는 거창한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사 제목 하나, 단어 하나, 인용문 하나, 그리고 사진 한 장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정치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더욱 그렇다.
이진숙 의원의 5·18 관련 주장에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주장에 동의할 수도 있고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반대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정치적·법률적 논쟁의 영역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정치인을 우스꽝스럽거나 음산하거나 기괴하게 보이게 하는 사진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언론의 기본적인 절제다.
이번 사진이 정말 단순한 우연이었다면 연합뉴스는 앞으로 더욱 세심하게 사진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독자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사진 선택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됐다면 그것은 훨씬 심각한 문제다.
5·18의 역사적 평가와 정치적 논쟁은 언론이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할 사안이지, 사진 한 컷으로 특정 의견을 가진 정치인을 음산한 이미지 속에 가둬버릴 사안이 아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지켜야 할 것은 어느 정권이나 어느 정당의 심기가 아니다.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그리고 언론에 대한 신뢰다. 이번 사진 한 장을 계기로 연합뉴스 사진부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우리는 그날의 현장을 기록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준 것인가.”
그 답이 명확하다면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반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사진은 단순한 ‘사진 선택의 실수’를 넘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편집 독립성과 공정성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유진실 기자 webmaster@truthdaily.co.kr
출처 : 저작권자 © 트루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연합뉴스 3장의 ‘그로테스크한 사진’ 사진을 ai를 이용해 제작. / ai=인터넷타임즈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은 정치인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한 공개적인 언론 행사다. 기자회견장에서 언론사는 통상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발언하는 모습, 정면 모습, 취재진과 질의응답하는 모습 등 다양한 컷 가운데 기사의 성격과 인물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고 적절하게 전달할 사진을 선택하는 것이 사진기자의 기본적인 업무다.
그런데 8월 31일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의 5·18 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다룬 연합뉴스 기사에 붙은 사진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연합뉴스는 이날 이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촬영해 기사에 게재했다. 사진 속 이 의원은 단상 앞에서 발언하고 있지만, 화면 왼쪽 상당 부분을 검은색의 거대한 실루엣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모습은 화면 한쪽으로 밀려 있고, 사진 전체에는 마치 누군가가 이 의원을 가로막거나 감시하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으로서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진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언론에서 사진은 기사 본문에 덧붙이는 장식물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의 기자회견 사진은 독자에게 해당 인물의 표정과 태도,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취재 결과물이다. 따라서 사진의 구도와 순간 선택은 독자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사진의 경우 이 의원의 얼굴이나 발언 모습 자체가 왜곡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화면 왼쪽을 압도적으로 차지한 검은 실루엣 때문에 사진 전체가 어둡고 위압적인 인상을 준다.
더구나 이 의원이 이날 발표한 내용은 상당히 민감한 정치적 쟁점을 담고 있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5·18 민주유공자의 명단과 공적 정보를 공개하고, 보상 심의 절차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이관하며, 유공자 등록 과정에서 국가보훈부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의무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5·18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정치·역사적 논쟁 가운데 하나에 대해 기존의 관행과 다른 문제 제기를 한 정치인의 기자회견이었다.
그런 기자회견에 굳이 화면 한쪽을 검은 그림자가 뒤덮은 사진을 대표 이미지로 선택해야 했는지는 충분히 문제 제기할 만하다.
“의도적인 선택이었나?”라는 의혹은 별개의 문제다
물론 여기서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할 부분도 있다. 사진 한 장만으로 연합뉴스 사진부나 특정 기자가 이진숙 의원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들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촬영 현장의 상황을 알 수 없고, 사진부가 몇 장의 사진을 촬영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해당 사진을 선택했는지도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지시를 받아 의도적으로 이런 사진을 골랐다”거나 “5·18 논란 때문에 일부러 기괴한 사진을 선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언론 보도 자체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연합뉴스가 설명해야 할 지점이 생긴다. 여러 컷 가운데 왜 하필 이 사진을 선택했는가. 다른 사진보다 이 사진이 기자회견의 현장성과 이 의원의 발언을 더 잘 전달한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촬영 당시 우연히 잡힌 장면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연합뉴스의 몫이다.
연합뉴스는 일반 언론사와 똑같은 책임만 지는 곳이 아니다
연합뉴스는 법률상 ‘국가기간뉴스통신사’다.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은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법이 뉴스통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면서, 정부나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보도할 때 의견이 다른 집단에도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정치적 이해당사자에 대한 편집에서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합뉴스의 사진 한 장은 일반 개인이나 특정 인터넷 매체의 사진 한 장과 무게가 다르다. 수많은 언론사가 연합뉴스의 사진과 기사를 받아 다시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이진숙 의원 기자회견 사진도 연합뉴스 사진이라는 출처를 달고 다른 매체에 재전송됐다. 한 번 선택된 연합뉴스의 사진이 사실상 수많은 독자의 ‘첫 화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 선택에도 기사 작성과 동일한 수준의 신중함이 요구돼야 한다.
‘5·18 성역화 논란’ 한가운데서 나온 사진이라는 점
이번 사진이 더욱 논란의 소지를 갖는 이유는 기자회견의 내용 때문이다. 이진숙 의원은 이날 “5·18은 성역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하며 유공자 명단과 공적 공개, 심사 절차 강화 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그것은 정치적 주장이다. 언론의 역할은 정치인의 주장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반대 측의 반론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사진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부정적인 정서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기사는 비판할 수 있다. 사설은 반대할 수 있다. 칼럼은 날카롭게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뉴스 사진은 가능하면 그 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특히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공급하는 사진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의도’보다 ‘결과’다
이번 일을 바라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음모론적 추측만도 아니고, 반대로 “사진 한 장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식의 무조건적인 무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독자에게 어떤 이미지를 전달했느냐다.
사진 왼쪽을 가득 채운 검은 형체는 이진숙 의원의 기자회견을 정상적인 기록사진이라기보다 한 장의 정치적 이미지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진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기자회견 내용보다 먼저 사진이 주는 불편하고 음울한 인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우연이었다면 더욱 아쉽다. 왜냐하면 전문 사진기자라면 화면 구성과 피사체의 비중, 배경의 방해 요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면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된다. 뉴스 사진이 정치적 편집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연합뉴스에 묻는다
연합뉴스 사진부에 묻고 싶다. 왜 이 사진이었는가? 8월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진숙 의원의 기자회견을 촬영하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이 사진만이 기사 대표사진으로서 적합했던 것인가.
이 의원의 얼굴과 발언 모습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진은 없었는가. 사진 왼쪽을 검은 실루엣이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는가. 인지했다면 왜 선택했는가.
이것은 연합뉴스를 공격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다.
연합뉴스 스스로도 공영성과 독립성, 공정성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관련 논의에서도 연합뉴스의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책임과 함께 공정성·독립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이번 사진 선택 역시 독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의 신뢰는 ‘한 컷’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
언론 신뢰는 거창한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사 제목 하나, 단어 하나, 인용문 하나, 그리고 사진 한 장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정치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더욱 그렇다.
이진숙 의원의 5·18 관련 주장에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주장에 동의할 수도 있고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반대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정치적·법률적 논쟁의 영역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정치인을 우스꽝스럽거나 음산하거나 기괴하게 보이게 하는 사진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언론의 기본적인 절제다.
이번 사진이 정말 단순한 우연이었다면 연합뉴스는 앞으로 더욱 세심하게 사진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독자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사진 선택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됐다면 그것은 훨씬 심각한 문제다.
5·18의 역사적 평가와 정치적 논쟁은 언론이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할 사안이지, 사진 한 컷으로 특정 의견을 가진 정치인을 음산한 이미지 속에 가둬버릴 사안이 아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지켜야 할 것은 어느 정권이나 어느 정당의 심기가 아니다.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그리고 언론에 대한 신뢰다. 이번 사진 한 장을 계기로 연합뉴스 사진부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우리는 그날의 현장을 기록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준 것인가.”
그 답이 명확하다면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반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사진은 단순한 ‘사진 선택의 실수’를 넘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편집 독립성과 공정성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유진실 기자 webmaster@truth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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