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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의 그림자 … 공항공사 낙하산, 놀라운 정체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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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균의 정치 기상대


대장동 늑장수사 논란 속 퇴임 … 5년 만에 공기업 사장 낙점

국감서 "李 반드시 소환" 지적에 "그럴 계획 없다" 선 긋더니

측근은 요직으로, 스폰서는 특보로 … 다시 불붙는 인사 논란

무안참사 유족 눈물, 지방공항 적자 행렬 … 전문성 또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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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군 장병들과 경찰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해묵은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의 흥망성쇠는 결국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는 진리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선 인사가 망사(亡事)로 흐른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져 온 보은(報恩)인사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공항공사는 27일 김원준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제14대 사장 후보로 최종 의결했다. 2024년 4월 윤형중 전 사장이 물러난 뒤 2년 4개월 만이다. 대통령 재가를 거쳐 다음 달 2일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를 짓누르고 있는 현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24년 12월 179명이 숨진 무안공항 참사는 1년 넘게 조사만 이어지고 있다. 운항이 중단된 무안공항은 로컬라이저 재시공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재개항이 가능하다. 유가족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어가는 일도 신임 사장의 몫으로 남아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8개 공항의 항행안전시설 구조물이 애초 잘못 설치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14개 공항 가운데 김포·김해·제주·청주를 뺀 10곳이 적자를 냈다. 전체 손실 규모는 55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재정경제부가 주도하는 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통합 논의까지 겹쳐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전문 경영인을 누차 요구해온 이유다. 이번 인선 발표 이후 업계에선 "공항 운영은 물론 재무구조 개선과 지방공항 활성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데도,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은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한계가 명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공사 내부에서도 "신규 노선과 참사 수습이 가능하고 정부와 협의할 수 있는 항공 전문가가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경찰 출신이었던 손창완 전 사장 재임 시절 진행된 무안공항 방위각시설 개량공사는 훗날 참사를 키운 구조물로 지목됐다. 이러한 전례 탓에 공사 출범 이후 유독 잦았던 경찰 출신 사장 인사를 손보자는 '공항공사 낙하산 방지법'까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경찰 조직을 향한 시선 자체가 곱지 않다. 장윤기 사건과 장미란씨 실종 허위종결 등 논란이 잇따르며 경찰 기강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조차 경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터다.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서 항공 경력이 전무한 경찰 출신이, 그것도 안전과 재무 현안이 산적한 공기업 수장에 낙점됐다. 당장 관가에서는 "왜 하필 지금 이 사람이냐"는 성토가 쏟아진다. 참사 수습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에 비전문가를 앉힌 이번 낙하산(落下傘) 인사는,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한다는 연목구어(緣木求魚)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김원준 사장의 과거 이력이 논란이다. 


그는 강원경찰청장, 경찰청 외사국장, 제주경찰청장을 거쳐 2021년 1월 경기남부경찰청장 자리에 앉았다. 그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대장동 사건 늑장수사가 화두였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수사 2년 하고 경찰청장 됐나"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수사를 주도하고 있던 김원준 청장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의원들의 거센 질타에도 김 청장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했다고 했는데 소환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수사는 계좌 추적 및 돈의 흐름과 관련해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계좌 추적을 하고 있나"라는 물음에도 김 청장은 "현재 단계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특정해서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영 의원은 "수사에 성역이 있는 것이냐, 이재명 지사가 전체에 대해 알고 있으니 반드시 소환해야 한다고 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수사 대상도 아닌데 무슨 소환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청장도 "(이재명 지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면 할 것인데 현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김 청장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데 대해선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로부터 송치 요구를 받은 상태로, 내일 서울중앙지검 수사책임자와 경기남부청 수사책임자가 만나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도차가 뚜렷하다.


이후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고, 같은해 12월 김원준 청장은 35년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이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지휘관들이 한꺼번에 교체됐다. 그리고 김원준 청장은 5년 만에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낙점(落點)됐다. 


낯선 조합은 아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측근·보은인사 논란이 뜨거웠다. 전문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 차지훈 변호사는 주(駐)유엔대사로 임명됐다. 외교관 출신이 아닌 인물이 다자 외교의 심장인 유엔 대사를 맡은 건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주OECD대사 백태웅 전 하와이대 교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인권 전문가다. 김상호 주뉴욕총영사는 하남시장 출신, 주알제리대사 민경태씨는 북한학 박사다. 주휴스턴총영사 이경은씨는 위증교사(僞證敎唆) 사건을 변호한 이승엽 변호사의 누나다. 문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친명계 개그맨 서승만씨는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로, 방송인 황교익씨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으로 자리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김원준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로 의결된 27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강신성씨를 사회단체 분야 특보로 임명했다. 강 특보는 2008년 김 대표의 미국 유학 시절 생활비 명목으로 1년 9개월간 월평균 450만원을 부치는 등 2억5,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핵심 공여자다. 이 사건으로 김민석 대표는 벌금 600만원, 추징금 7억2,000만원을 선고받고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됐다. 이른바 스폰서 논란이다. 강 특보는 이후에도 김 대표와 관계를 이어가며 2024년까지 후원회장을 지냈다.


한두 번이면 우연(偶然)이라 하겠다. 하지만 겹치고 또 겹치면 그때는 필연(必然)이 된다. 측근들을 요직에 기용하는가 하면, 대장동 늑장수사 논란 경찰 지휘관을 공기업 수장에 앉힌다. 이쯤 되면 적재적소(適材適所)라 부르기 어렵다. 공(功)을 따져 자리를 나누는 논공행상(論功行賞)에 가깝다. 


무안공항 유가족은 진상규명을 기다리고 있다.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은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이 무거운 기류 속에서 정작 빈 자리를 채운 건 전문성이 아니라 인연(因緣)이었다. 대장동 수사와 재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사건과 얽힌 이름들은 공사(公私)를 가리지 않고 자꾸 돌아온다. 인사가 만사라는 옛말, 이 정부에서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오창균 선임기자 crack007@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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