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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대체 뭘 본거지" … 주연 대통령·단역이 된 대출·뒷통수 맞은 관객

202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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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원론만 남긴 3시간의 무대

규제는 은행을 막고 우회로를 키웠다

대통령은 답했지만 시장은 움직였다

무대 밖에서 시작된 진짜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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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무대는 이미 달아올라 있었다. 집값은 오르고, 전세와 월세까지 따라붙었다. 대출 문턱은 높아졌고 실수요자는 은행 창구 앞에서 멈춰 섰다. 그 위에 대통령이 직접 막을 올렸다. 3시간 넘게 이어진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는 국민의 답답함을 풀기 위한 자리였지만, 막이 내린 뒤 객석에 남은 것은 해법보다 더 큰 물음표였다.


진단이 빗나간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돈을 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그는 "너무 과한 바람에 집값 폭등의 주요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출이 주택 수요를 부풀리고 가계부채를 키운다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그러나 정작 처방을 논하는 순간 대출은 핵심 의제였음에도 단역처럼 스쳐 지나갔다. 전문가와 국민 140여명이 모였지만 금융 현안에 돌아온 답은 대부분 "살펴보겠다", "점검하겠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였다. 생애최초 주택구입대출의 예외 인정, 1주택자 이주비대출, 입주 예정자의 잔금대출, 지역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차등 요구까지 현장의 호소는 구체적이었지만 정책 답변은 원론에 머물렀다.


현실의 금융시장은 그렇게 느긋하지 않다. 재건축 조합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에 묶여 이주비로 1억~2억원을 받는 데 그치고, 부족한 자금을 시공사 신용에 기대면 금리는 6~8%까지 뛴다. 조합 전체로는 수백억원의 추가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은행별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을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는 입주일을 앞두고 발만 구른다.


이 장면을 더욱 민망하게 만든 인물은 다름 아닌 이날 드라마의 주연이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매수인에게 17억 7000만원 규모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사인 간 거래 자체는 합법이지만, 국민에게는 은행 대출을 조이면서 정작 대통령은 금융규제 밖의 자금 조달 방식을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회로를 단속하겠다는 정책의 최고 책임자가 먼저 그 길을 보여준 셈이다. 


시장은 곧바로 신호를 읽었다. 강남권 매물에는 '매도인 대출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기 시작했고, 집주인이 잔금을 빌려준 뒤 근저당을 설정하는 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LTV와 DSR을 적용받지만 매도자에게 빌리면 규제 밖이다. 정부가 대출 정문을 잠그자 시장은 대통령이 지나간 옆문으로 몰려갔다. 같은 집을 사고 같은 빚을 지는데 창구 하나 바꿨다고 규제의 무게가 달라진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고 썼다. 지금의 부동산 금융도 비슷한 풍경이다. 같은 차입인데 누구는 은행 창구에서 막히고 누구는 사적 계약으로 비껴간다. 같은 규제인데 누구에게는 의무이고 누구에게는 선택지가 된다. 시장이 분노하는 것은 규제의 존재보다 규제의 불균형이다.


금융당국의 태도도 궁색하다. 사업자대출과 P2P대출, 전세승계매매까지 뒤져 우회 수단을 차단하겠다면서 "사인 간 대출에는 금융권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다. 정문에는 쇠사슬을 걸어놓고 담장을 넘는 거래에는 관할 밖이라고 말하는 격이다. 금융권 대출 총량이 줄었다고 안도하는 사이 차입 수요는 감독 사각지대로 옮겨가고 있다.


토론회를 연 것 자체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다만 토론은 공감의 제스처가 아니라 답의 책임을 지는 자리다. 대출 총량 규제를 어떻게 손질할지, 투기 수요와 실수요자를 무슨 기준으로 가를지, 정비사업 금융을 어디까지 풀지, 은행 밖으로 빠져나간 돈을 어떻게 제도권에 담을지가 나왔어야 했다.


드라마는 막이 내리면 끝난다. 정책은 그때부터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은 무대의 중심에 섰고 대출은 잠시 등장했다. 국민은 객석에서 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은행 문은 그대로 닫혀 있었고 시장은 이미 또 다른 출구를 찾고 있었다.



신희강 기자 kpen84@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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