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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군사합의 GP 철수 검증 조작 의혹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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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정경두·서욱 등 文 정부 관계자들 수사 요청


◉ 합참, 9·19 군사합의 체결 이전 ‘GP 철수 시 예상 상황’ 평가해 국방부에 보고했지만 '묵살'

◉ 남측 GP는 대부분 지상 시설인 반면 북한 GP는 지하 갱도에 감시소 총안구 지휘통제실 탄약고가 연결된 구조... "지상 시설만 파괴해선 불능화라 보기 어렵다"

◉ 北, 남북 간 GP 철수 여부 두고 하루 동안 '도보 방문 방식으로 상호 검증하자' 제안... 우리 군 측 제한사항 있었지만 합참은 '수용'

◉ 우리 군 측 검증반이 의심 지점에 접근하려 하자 북측은 '지뢰 매설 등 이유로 접근 차단'... 11개 검증 팀은 해당 내용 보고서에 담았으나 합참은 결론을 '불능화 달성'으로 보고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사진=조선DB


감사원은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 과정에서 감시초소 GP 철수 검증 결과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해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6명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대검은 지난달 감사원의 수사 요청을 받아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 배당했다.


감사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합참은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 체결 이전 ‘GP 철수 시 예상 상황’을 평가해 국방부에 보고했다. 해당 보고에는 '북한 GP 수가 남측의 2배 이상이므로 동수(同數) 철수는 전략적으로 부적절하며 북한이 이후 태도를 바꾸면 남측만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었다. 


또 '철수로 인한 경계 작전상의 취약점은 보완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같은 보고를 묵살하고 동수 철수를 전제로 한 군사합의 초안을 합참에 하달했다.


해당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필요했다. 


이에 합참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남측 GP 11곳을 철수해도 보완이 가능하며 경계 작전상 제한이 없다’는 문서를 작성해 유엔군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는 자리다. 사실상 우리 군 당국이 동맹국에 허위 보고를 한 셈이 된 것이다.


결국 지난 2018년 11월 남북은 각각 GP 11곳과 10곳을 철거했다. 


남측 GP는 대부분 지상 시설인 반면 북한 GP는 지하 갱도에 감시소 총안구 지휘통제실 탄약고가 연결된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지상 시설만 파괴해선 불능화라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 군 내부에서 인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 GP가 완전히 불능화됐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11월 28일 남북 간 GP 철수 여부를 같은 해 12월 12일 하루 동안 '도보 방문 방식으로 상호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도보 방식으로는 북한 GP의 지하 시설 파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하 시설을 검증하려면 지표 투과 레이더 등의 장비가 필요했지만 도보로 운반하기 어렵고 장비 수량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참은 북한의 제안을 수용했고 GP '철수 기준도 시설물 완전 파괴에서 불능화로 완화'했다. 


즉 '북한 측 지하 시설이 남아 있어도 입구가 폐쇄돼 있으면 철수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12월 12일 당일 현장 검증 결과 남측 검증반은 북한 GP 중 최소 1곳에 무장 병력이 운용 중인 것을 확인했고 지하 시설과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공간 3곳을 발견했다.  총안구 72개 중 31개는 파괴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고 지하 시설이 완전히 파괴된 곳은 없었다. 


검증반이 의심 지점에 접근하려 하자 북측은 지뢰 매설 등을 이유로 접근을 차단했다. 11개 검증 팀은 이 같은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으나 합참은 '보고서 결론을 불능화 달성'으로 보고했다.


또 해당 검증에 참여한 군인들에게는 거짓 결론이 담긴 보고서에 서명하도록 했으며 GP 철수 허가를 위해 유엔군사령부에도 거짓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글=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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